NH농협은행(행장 이대훈)이 새해에 국내 금융권 가운데 최대 규모로 '디지털 특구'를 조성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옛 IT전산센터 부지와 건물을 전면 리뉴얼, 'NH디지털혁신 캠퍼스'(가칭)를 구축한다. 핀테크 사업을 위한 R&D센터를 신축하고, 서대문에 위치한 NH핀테크혁신센터를 통합·이전한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내년도 최우선 경영 과제로 디지털 특구 조성을 선정, 직제 개편으로 R&D센터를 신설하고 약 200억원 규모 핀테크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새해 NH농협은행이 국내 최대 규모 디지털 특구를 양재동에 조성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 기업 20곳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종잣돈으로 약 200억원을 투입하고, 유니콘 육성을 위해 전문 액셀러레이터 선정 작업에도 들어갔다.
농협은행이 구축하는 디지털 특구는 옛 IT전산센터 부지와 건물 공간을 핀테크 성장 지원 인프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다. 국내 금융사 최대 규모인 2314㎡(약 700평)다. KB국민은행(200평), 신한은행(140평), 하나은행(100평), 우리은행(100평) 등 다른 시중은행 전체 핀테크 랩을 합친 것보다 크다. 장비부터 입주 공간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대문에 위치한 핀테크혁신센터는 양재동으로 통합 이전하며, 스타트업 입주 공간으로만 285평을 할애한다. 서대문 혁신센터는 40평 규모다. 5배 이상 확장했다. 특구 조성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비즈니스 모델 상용화와 국내 대표 스타트업 창업 허브를 마련하겠다는 이대훈 행장 주도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디지털 기업 기치를 내건 농협의 첫 행보다.
입주 기업이 확정되면 사무공간은 물론 사업과 특허 컨설팅, 농협 전 계열사와 협업을 추진한다. 빠른 융합 사업을 위해 R&D센터를 디지털전략부 산하로 편입시켰다. 이달 선임할 예정인 센터장에게 부서장 전결권을 준다. 기존 은행 프로세스를 밟지 않고 애자일(Agile) 형태로 빠른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새해 가동을 위해 핀테크 전문 인력 14명을 충원했고, 은행 내에 금융권 최초로 디지털 직군도 신설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삼성이 반도체 1위를 하면서 2~3위가 도저히 쫓아올 수 없는 격차를 벌린 것처럼 양재동 디지털 특구 조성을 통해 농협이 디지털 금융에서 '초격차'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R&D센터는 농협은행 디지털 신기술 컨트롤타워로 활용한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신기술을 발굴·도입하고, 결과물을 사업 부서로 이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오픈API, 블록체인, 클라우드를 비롯해 중장기로 커넥티트 서비스 발굴과 확대를 하게 된다.
신기술 도입에 필요한 자문위원회 설치도 검토한다.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한 지분 투자도 크게 강화한다. 농협은행이 기업 직접 투자를 강화하고 매칭펀드 등 투·융자도 연계해 지원한다. 책임감 있는 기업 육성을 위해 참여 액셀러레이터에겐 육성 기업 초기 투자도 허용한다.
디지털 특구는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 △미래 사업 개척 △디지털 금융 자산 축적 △디지털 금융 인재 확보 등 네 가지 비전 실현이 목표다. 이창기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장은 “양재 특구 조성 이면에는 바퀴를 처음 돌릴 때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임계점에 이르면 가속도가 붙는 플라이휠 효과를 기대한다”면서 “기존 사업 모델로 정의되지 않는 디지털 기반 다양한 신사업 발굴과 인재·자산을 확보하는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표]농협 양재동 디지털 특구 조성 계획안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