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이다. 정부는 제조업 부흥에 나선 선진국처럼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공장 도입·확산에 들어갔다. 혁신성장 선도 사업으로 스마트공장 2만개 보급을 목표로 세우고 생산성 향상,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 성과도 창출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에 대한 인식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수요 현장에서는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노동계는 일자리를 빼앗는 사업으로 여기며 반발하고 있다. 미래 운영 주체인 학생마저 공장이라는 단어만으로 기피현상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소·제조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쫒는 스마트공장 보급 현황과 성과를 분석해 본다.
◇스마트공장 보급 추진 현황
중소벤처기업부는 2002년 중기청 시절부터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을 위한 생산현장디지털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스마트공장 초기기술(POP)을 활용한 생산이력 관리 중심에서 공장운영(MES), 제품개발(PLM) 등으로 고도화를 추진했다.
본격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은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맡았다. 산업부는 그해 '2020년 1만개 공장 스마트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산업혁신운동으로 민간차원의 스마트공장 보급도 시작됐다.
이듬해인 2015년 산업부는 ICT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사업을 신설하고 지역특화산업육성사업을 전개했다. 지역투자촉진보조금을 지원하며 스마트공장 보급을 본격화했다. 스마트공장 추진단도 이때 발족했다.
중기부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을 주관하기로 한 것은 중기청에서 중기부로 승격한 지난해부터다. 산업부에서 시작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은 지난해까지 총 5003개 중소·중견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보급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를 위해 정부가 지난 4년간 투자한 예산은 총 2104억원에 달했다. 민간 기업에서도 565억원을 지불했다.
올해는 2500개사를 선정해 스마트공장 구축을 추진, 올해 말까지 전체 스마트공장 보급 성과는 7800개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부는 내년에는 스마트팩토리 보급 사업을 다변화해 △지원금 현실화 △시범공장 확대 △전문인력양성에도 나선다. 예산도 1330억원이던 올해보다 2배 이상 많은 2661억원으로 늘렸다. 이를 토대로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보급 목표도 2만개에서 3만개로 늘렸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목표가 너무 숫자에 매몰돼 질적으로 낮은 수준의 스마트공장 보급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ERP만 구축해도 스마트공장으로 카운트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스마트공장 개념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업 형편에 맞는 수준의 스마트화 지원부터 해달라는 요구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우선 수요가 많은 단계부터 지원하고 점차 고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생산성 올라가고 불량률은 '뚝'...신규 고용 창출까지
스마트공장 수준은 기초, 중간, 중간2, 고도화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현재 국내 보급 스마트공장 79%가 기초 수준이다. 중간1이 19.7%, 중간2는 1.3%에 불과하다. 고도화 단계는 아직 구현된 곳이 없다.
기초단계에 머문 스마트화 수준을 스마트공장 구축 실적에 넣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초기 단계가 고도화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다만 중기부가 기초수준 보급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저변확대라는 긍정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겨우 스마트공장이 지향하는 최적화된 생산을 실현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한 단계를 '스마트공장'이라고 칭하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기업이 체감하는 효과는 적지 않다. 중기부가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 3947곳을 대상으로 성과분석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축한 기업의 생산성이 30% 증가하고, 불량률은 43.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는 15.9% 낮아졌고, 납기는 15.5% 감소했다.
생산성 향상 효과도 컸다. 스마트공장 수준별 생산성 증가율은 기초 31.2%, 중간1 26.2%, 중간2 23.6% 등으로 조사됐다. 기초단계만 구축해도 생산성이 3분의 1은 높아진 셈이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고용창출 효과도 나타났다. 스마트공장 구축 기업 가운데 51.7%에 해당하는 기업의 고용이 평균 9.7명 늘었다. 반면 일자리가 줄어든 기업은 30.7%에 그쳤다. 이들 기업에서는 평균 8.8명이 감소했다. 17.5%는 현상 유지했다. 결과적으로는 기업당 평균 2.2명 늘어난 것으로 계산된다.
한국고용노동연구원은 2016년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스마트공장 구축 기업당 평균 4.2명의 고용 증가를 예상한 바 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이를 운영할 현장 인력이 필요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이 수치가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보다 많은 셈이다.
생산현장의 위험요소가 제거되면서 산업재해도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일자리 요건을 갖춰가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우순 중기부 기술혁신정책과장은 “지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스마트공장 시범공장을 구축한 것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업체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관심이 높은 지방자치단체와 매칭 사업으로 추진해 지역 기업 참여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보급현황(민간포함) (개)
스마트공장 보급계획 (개)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