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계 제조사 가운데 실시간 생산 전 공정 데이터를 집계·모니터링하는 곳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 혁신을 주도하는 스마트공장은 고사하고, 그 밑바탕이 되는 디지털화도 미비한 상태인 셈이다. 안전 강화·예측 예방·에너지 절감·사업 기회 발굴 등 제조 혁신을 위해 디지털화부터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전자신문이 국내 기계기업 486곳을 대상으로 '생산설비 디지털화 수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시간 생산정보를 데이터로 집계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곳은 전체 9.3%에 불과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원자재 입고부터 완제품까지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해 유연생산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곳도 1.6%에 그쳤다.
기계 제조사 대부분은 생산설비 일부에만 디지털화를 도입하거나 이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단계만 데이터 수집과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답변한 곳이 전체 35.6%, '생산이력관리 등 기초 수준만 도입했다'고 응답한 곳이 32.5%를 차지했다. '디지털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곳도 21%나 됐다.
4차 산업혁명 제조 혁신을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이 과제지만, 실제 국내 기계산업 현장에는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 수집조차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기업도 사업 관련 통찰 제공, 생산성·안전성 강화, 에너지 절감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디지털화가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전체 응답업체 가운데 93.2%가 생산설비 디지털화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국내 기계기업은 생산설비에 디지털화를 주저하는 이유로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기업 대부분이 중견·중소기업인 국내 기계산업 특성상 충분한 설비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고, 유지보수 등 추가비용 발생마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디지털화 투자가 어려운 이유에 대한 응답 851건(복수 가능) 가운데 '투자비용 마련이 어렵다'가 3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할 것 같아서'가 22.9%, '보수, 재교육 등 추가 비용 문제'가 15.3%로 뒤를 이었다. '관련 기술, 전문 업체 등 정보가 없어서'라는 응답도 15.4%로 기업 대상 디지털화 정보·교육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 유출 우려'는 6.9%에 그쳤다.
국내 기계 기업은 정부가 제조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려면 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컨설팅 제공에 힘을 써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복수 가능) 1088건 가운데 36.7%가 '투자비용 지원확대(2억원 이상)'를 요구했다. '관련기술, 업체 등 컨설팅 제공'이 25.6%, '디지털화 관련 직원교육'이 16%로 뒤를 이었다. '전문 인력 확보지원'은 전체 응답 중 15.6%를 차지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도 제조업계가 기업별 상황과 역량에 맞춘 단계적 디지털화를 추진하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진흥회 관계자는 “내년 10월 킨텍스에서 열리는 한국산업대전에서 한국기계전(KOMAF)과 제조IT서비스전(MachineSoft)를 동시 개최해 디지털 제조 혁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면서 “수준 높은 글로벌 포럼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