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자칠판 가격 6분의 1로…회의실·교실 문화 확 바뀐다

65인치 D3 스마트보드.
65인치 D3 스마트보드.

500만원대 고성능 전자칠판이 등장했다. 영상회의 기능도 갖췄다. 국내 중소기업 이노씨엔에프(대표 백학성)가 개발했다. 1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를 방문, 비결을 살펴봤다.

현장에는 전자칠판 세 대가 설치돼 있었다. 모델명은 'D3 스마트보드'다. 사용처에 따라 G·B·S 시리즈로 구분됐다. 전자칠판에 대해 영상회의 기능을 지원한다. PC 주변기기 전문 회사 로지텍과 손잡고 구현했다. 로지텍이 만든 콘퍼런스 캠(MeetUp), 터치 키보드에 이노씨엔에프의 D3 스마트보드, 빌트인 PC를 결합했다. 영상회의에 최적화된 '스마트워크 패키지'다.

65인치 G시리즈 스마트보드를 적용할 경우 전체 패키지 구입비는 599만원이다. 비슷한 성능을 내는 기존 영상회의 시스템이 4000만원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6분의 1 값도 안 되는 셈이다.

패키지 구성 제품별 최적 조합을 찾아낸 결과다. 백학성 이노씨엔에프 대표는 “별도 영상회의 전용 장비가 필요 없는 데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 비용을 크게 낮췄다”며 “장비 원가에 20%가 넘는 유지보수비, 새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발생하는 라이선스료 관행도 없앴다”고 전했다.

화상회의 이미지.
화상회의 이미지.

직접 영상회의에 참가했다. 세 개 화면이 켜졌다. 이노씨엔에프 사무실 외 여의도 로지텍 회의실이 눈에 들어왔다. 차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로지텍 직원도 보였다. 기자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운을 띄웠다. 두 사람 모두 반갑게 화답했다. 초고화질(UHD) 영상은 표정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잡아냈다.

목소리도 또렷했다. 바로 옆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 잡음을 줄이고 말소리를 키우는 증폭 기술을 적용했다. 시야각도 넓었다. 120도에 이른다. 좁은 시야각 탓에 카메라 앞자리를 비워둬야 했던 과거 영상회의 풍경과 대조적이다. 로지텍 직원이 제품 소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자료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스마트보드 옆에 달린 볼펜 모양 필기구를 꺼내 들었다. 자료 위에 밑줄을 그으며 설명을 요구했다.

자료 내 그래프를 손으로 터치, 확대해 볼 수도 있었다. 다시 보고 싶은 내용은 즐겨찾기 항목에 모아두면 된다. 대형 스마트폰을 쓰는 느낌이다. 필기구 본체에는 글자 색상, 두께를 바꿀 수 있는 버튼이 달려 있었다. 회의 참석자 수는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 빌트인 PC가 매끄러운 회의 진행을 돕는다. 인텔 8세대 쿼드코어 i7 CPU를 탑재했다. 영상회의는 물론 교육, 상담, 원격진료 분야에서 쓸 수 있다고 회사 관계자가 전했다.

영상회의를 마치고 D3 스마트보드 외관을 관찰했다. 메탈 소재로 테두리를 마감했다. 단단한 화면도 눈에 띈다. '다이렉트본딩'이라는 터치패널 부착 기술로 제작했다. 높은 강도는 기본이다. 깨져도 유리 파편이 튀지 않는다. 화면을 받치는 거치대에도 신경을 썼다.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바퀴가 달려 이동도 간편했다.

백학성 이노씨엔에프 대표.
백학성 이노씨엔에프 대표.

엔터테인먼트 특화 제품도 선보였다. 화면을 가로로 눕힌 탁자 형태로 설계했다. 백 대표는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거치대를 만들었다”며 “집에서는 대형 TV, 게임 모니터로, 회사에서는 회의, 학교에서는 이러닝 도구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노씨엔에프는 2008년 문을 열었다. 회사, 학교, 지자체 등 국내외에서 납품 실적을 쌓았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유럽에서 대규모 선주문이 들어올 만큼 해외시장에서도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스마트워크 플랫폼도 계속 진화시킨다. 지난해 4세대 D3 스마트보드를 출시했다. 이달 초 5세대 제품을 내놓았다. 백 대표는 “리스와 렌털 방식으로도 판매해 영상회의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며 “다양한 콘텐츠와도 결합, 글로벌 시장 선도 업체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