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모양이 다양한 배터리를 만드는 시대가 열린다. 중앙이 빈 반지나 알파벳 문자 모양으로도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각종 소형 전자 소자에 맞춤형 전력 장치를 제공, 기기 소형화도 가능해진다.
KAIST(총장 신성철)는 김일두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제니퍼 루이스 미국 하버드대 공과대 교수와 3D 프린팅 기술 기반으로 배터리 모양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기존 배터리는 동전 모양의 '코인셀'이나 사각 주머니 형태를 한 '파우치셀'을 활용, 패키징 후 제품 모양이 제한됐다. 이 때문에 배터리를 쓰는 기기 크기를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2013년에는 미국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배터리 구현 기술이 나왔지만 활용도가 떨어졌다. 배터리 유기용매 열화나 폭발위험을 막기 위해 아르곤 가스를 채운 밀폐 공간에서 공정을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배터리 시스템에 변화를 가해 활용도 문제를 해결했다. 물 기반 '아연 이차전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물을 전해질 일부로 사용해 기존 인화성 유기 용매보다 훨씬 안전하다. 보통의 대기 환경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를 띤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설계를 적용해 배터리 성능도 높였다. 전기방사 기술을 이용, 고유연·고성능 탄소섬유 전류집전체를 만들었다. 전류집전체는 배터리 내 전류 소통을 담당하는 요소다.
연구팀은 아주 얇은 '폴리아닐린' 기반 양극도 만들어 시스템에 더했다. 이 결과로 2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50% 충전을 가능하게 했다.
김일두 교수는 “수용성 전해질을 이용하는 아연 이차전지는 일반 대기 환경에서 손쉽게 3D 프린팅 기반 맞춤형 배터리 팩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면서 “초소형 마이크로 로봇 외형에 맞는 전력 장치나 디자인이 특이한 소형 전자소자 저장장치로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