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새해부터 매년 100명씩 제조업 스타트업 창업 경험 인력 양성에 나선다. 경영자 위치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쌓고 혁신 사고를 갖춘 차세대 리더로 기르겠다는 의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연수원인 LG인화원은 새해부터 새로운 제조업 창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상반기 교육 개시를 목표로 교육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 30~40대 젊은 임직원 100명이 각각 실제 제조업 스타트업을 창업해 경영하는 과정이다. 교육 기간은 3개월이다. 참여하는 인력은 본업무와 스타트업 업무를 병행한다.
교육 대상은 자신만의 제조업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해 사업 아이템 기획부터 선정, 제품 개발, 마케팅에 직접 참여한다.
LG는 향후 프로그램에서 개발한 완제품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실제 판매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우수 사례는 별도 검증절차를 거쳐 실제 LG의 계열사를 통한 제품화, 상품화로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 30, 40대 임직원은 자기 맡은 분야에서만 업무를 하기 쉽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자가 갖춰야 할 업무 전반을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 제조업 중심의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얻은 경험을 회사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그룹 내 차세대 리더 층을 두텁게 한다는 취지도 있다.
젊은 임직원에게 상당 기간 실제 창업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파격 교육으로 평가된다. 조직원으로서 수동으로 움직이기보다 주도해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원의 문제 해결 능력과 혁신 능력 등 제고가 기대된다.
교육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생은 창업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사업 아이템 선정 노하우부터 경영, 판매 등 기업 경영 전반을 체험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 개발, 영업, 마케팅 등 기업 경영 전반 이해와 더불어 포괄 사고 방식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리더를 대량 양성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새해부터 교육 과정이 본격화되면 매년 100여명의 젊은 임직원이 창업 프로젝트를 교육받는 형태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으로서도 매년 100여명에 이르는 핵심 인력에게 창업 현장 교육을 제공하는 적지 않은 투자다.
LG그룹이 도입하는 창업 체험 교육은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과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 C랩은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한 뒤 스핀오프로 이어지지만 LG는 교육과 체험에 무게 중심을 뒀다.
한편 LG그룹은 LG인화원을 통해 그룹 전반에 걸쳐 혁신 본능을 강화하고 있다. LG인화원은 '축적' 교육 과정도 곧 도입할 계획이다. [본지 2018년 11월 9일자 참조]
축적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쌓이는 노하우를 토대로 산업이 확장된다는 개념이 골자다. LG인화원은 축적 개념과 LG 성공 사례를 접목하는 방향으로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