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프리맨은 태어나자마자 '부적격자'로 분류됐다. 빈센트는 자연임신으로 태어났다. 유전공학 발달로 질병과 성격, 지능 유전자를 조작해 최고의 인자를 갖춘 우성 인간을 만들어내는 미래시대에는 돌연변이에 가깝다.
빈센트는 심장질환 가능성이 90% 이상, 우울증, 근시, 집중력 장애 등을 가진 채 기대수명은 30세에 그칠 것이란 판정을 받았다. 실망한 빈센트의 부모는 동생인 안톤 프리맨을 유전자 조작으로 나쁜 인자를 모두 제거한 완벽한 인간으로 만든다.
나쁜 유전자를 타고난 빈센트의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다. 정말로 근시가 왔고, 수영경기에서도 동생을 이기지 못한다.
사회생활조차 어렵다. 피한방울로 유전자를 검사해 열성 유전자를 가려내는 시대다. 우주비행사가 꿈이었던 빈센트는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 입사하려 하지만 유전자검사에서 가로막힌다. 가타카 청소부로 일하던 그는 유전자를 조작, 입사에 성공하지만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한다.
1997년 영화 가타카에 나온 유전자가위 기술은 20년이 지난 현재 현실화를 앞둔 것으로 보인다.
허 젠쿠이 중국남방과기대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한 쌍둥이 아기 출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과 천연두, 콜레라 등 질병과 관련 있는 CCR5 유전자를 교정, 이들 질병에 저항성을 지닌 배아를 만들어 착상시켰다. 에이즈에 걸린 부모가 건강한 아기를 갖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 연구는 세계 과학기술계에 큰 충격을 줬다. 유전자 조작기술을 어디까지 활용할지, 열성 유전자를 제거할 기준은 무엇인지 등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과학계 불문율을 성급하게 깨버렸다. 연구가 동료평가 등을 통해 증명된 건 아니지만, 실제 인간 아기를 통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가타카가 그린 암울한 유전자 차별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중국의 연구를 계기로 인간을 상대로한 유전자 조작 기술에 대한 국제 사회 합의와 통제가 적정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빈센트는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며 유전자 판별이 잘못이었음을 증명한다. 유전자를 극복하는 건 인간의 의지와 정신력, 존엄성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