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 창업가 융자사업을 두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원 대상 기업 수만 늘릴 게 아니라 옥석을 가려 유망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청년 전용 창업 자금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진공으로부터 사업 자금을 빌린 청년 창업가 4명 중 1명이 돈을 갚지 못한 채 회사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은 2012년 시작됐다. 청년 창업자에게 최대 1억원을 연 2% 고정금리로 빌려준다. 대상은 만 39세 이하 예비 창업자 및 3년 미만 창업기업이다.
중진공은 사업 첫해인 2012년 700억원을 대출해줬다. 업체별로 평균 6000만원이 지급됐다. 이 중 161억8300만원이 회수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진공은 사고금액으로 분류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전체 대출액 중 24%에 달한다. 사고율을 2%대로 관리하는 시중 은행 대비 10배가 넘는 수치다. 중진공은 강제 회수 절차에 나섰다.
사업 규모는 해마다 확대돼 왔다. 2013년 800억원, 2014년 1000억원, 2015년 1100억원, 2017년 1400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업체별 평균 대출액도 7700만원, 7600만원, 7500만원, 7400만원, 8000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사고금액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원금 상환 만기일은 대출 시점 이후 최대 6년이다. 중진공은 3년 거치 3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돈을 내준다. 전체 상환 기간 중 처음 3년은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면 된다. 2013년 이후 대출금부터는 만기가 덜 끝난 상태다.
그러나 만기일을 채우지 못하고 손든 창업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집행된 대출금 중 189억6000만원이 사고금액으로 처리됐다. 2014~2015년 대출금 중에서도 각각 198억8900만원, 133억5500만원 발생했다. 이자도 감당하지 못해 회사를 접은 곳도 있다. 2016~2017년 대출금에 대해서는 15만원 안팎 이자만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도 이 기간 사고금액이 4억7600만원, 3억9000만원 집계됐다.
중진공도 사고율을 낮추는 데 힘쓴다. 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을 완화했다. 사업 초기 수익 모델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했다. 돈을 받은 후 4년차 때부터 원금을 갚도록 했다. 예산도 월별로 분배, 매달 업체를 선발한다. 평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사용 내역도 점검한다.
업계는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경험이 적는 창업자 대상 지원사업이기 때문에 체계적 교육과 멘토링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진공도 내부 전문 컨설턴트 풀을 활용, 멘토링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분기별 1회에 그친다. 횟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원 금액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 한해 회사 예산도 안 되는 1억원으로는 창업자 관심을 끌기 어렵다.
중진공 융자사업 경쟁률은 2012년 1.56 대 1, 2013년 2.17 대 1, 2014년 2.11 대 1, 2015년 2.40 대 1, 2016년 2.23 대 1, 2017년 2.10 대 1이었다. 신청자 두 명 중 한 명을 돈을 타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준비가 덜 된 창업가를 가리고 유망 스타트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멘토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