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WSJ "글로벌 자동차회사 중국 공장 설비과잉으로 고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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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에서 너무 서둘러 공장을 확장하면서 설비과잉으로 인해 일부는 '개점휴업' 상태라고 보도했다.

일부 공장은 몇 달씩 가동을 멈췄고, 일부 숙련 기술자들은 바닥 청소나 공산당 이데올로기 공부를 하는 데 하루를 보낼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중국은 불과 몇 십년 만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까다로운 자동차 합작사 요구에도 불구하고 앞다퉈 중국 시장에 진입했다. 전기차 확대를 위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은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2016년 14%까지 성장한 자동차 판매가 작년에는 3% 증가에 그쳤고, 올해 11월까지 2% 감소하며 뒷걸음질쳤다.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연간 43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설비를 갖췄지만, 올해 생산은 290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작년 중국 북부 하얼빈에 새로운 공장을 열었다.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충칭창안자동차회사와 거의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한 이 공장은 포드의 생산능력을 연간 20만대에서 160만대로 8배 증가시켰다.

포드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127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에 지난해 6%, 올해 11월까지는 34% 하락한 69만5028대로 감소했다.

항저우 포드 공장에 익명의 직원은 "우리(포드)는 너무 빨리, 너무 크게 확장했다"고 말했다.

한때 포드의 세단 '토러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엣지'를 생산하느라 쉴 새 없이 가동되던 공장 모습은 볼 수 없다.

포드 직원에 따르면 해고는 없었지만, 일부 직원은 220달러(약 25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많은 직원들이 택배 기사나 택시 운전사와 같은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포드는 공장의 과잉 생산에 대해 직접적으로 답변하는 것을 거부하고, 합작 파트너사와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몇년 간 턴어라운드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이를 통해 과잉설비를 흡수할 것을 기대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중국에 8번째 공장을 신설했다. 포드와 마찬가지로 작년과 올해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으로, 회사는 과잉설비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푸조 역시 호황기 절정에 공장을 계속 열었다. 중국 동펑자동차와 합작으로 생산한 자동차는 2015년 70만5000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올 9월 20만5000대로 줄었다.

한 온라인 포럼에서 푸조 공장 직원들은 공장 벽을 청소하거나 페인트칠을 하는 등 시간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4개 공장 중 2개는 10월 이후 계속 돌아가지 않으며, 나머지 2개 공장도 부분적으로만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푸조 대변인은 공장에 대한 구체적 답변 대신에 회사가 사업모델을 최적화하고, 고정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포드, 현대차, 푸조 등이 중국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하는 시기에 공장을 너무 이르게 확장했다며, 타이밍을 잘못 잡은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이제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진행한 대형 투자를 포기하거나 죽어가는 공장을 살리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