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동연구진이 유기 전자소자를 독성 유기 용매공정 없이 제작하는 길을 열었다. 작업자 친화 공정으로 유기 전자소자를 제작하고, 유해성 문제로 난항을 겪던 공정 상용화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김범준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우한영 고려대 교수팀과 함께 물-에탄올 기반 친환경 공정기술로 고성능 유기 태양전지와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고 26일 밝혔다.
유기 태양전지·트랜지스터는 유연하고 가벼우면서 공정비용도 저렴한 강점을 가진다. 그러나 속속 나오고 있는 고성능 전도성 유기 소재는 상업화 공정에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재가 물을 밀어내는 소수성을 지녀, 공정에 클로로포름이나 톨루엔과 같은 유해 유기용매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나오는 소재도 물 용해도가 매우 낮거나, 용해 시 소자 성능이 급감한다.
연구팀은 물에만 집중하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물-에탄올 혼합용액을 활용하면서, 이것에 잘 녹는 소재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 소재는 '올리고에틸렌글리콜 곁사슬'을 포함한다. 이 소재는 순수한 물이나 에탄올에는 거의 녹지 않지만 혼합 용매를 쓸 경우 용해도가 130배나 향상된다.
연구팀은 이 결과로 독성 유기 용매를 전혀 쓰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태양전지, 트랜지스터와 같은 유기 전자소자를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용매를 활용해 광전변환 효율이 2%를 넘는 친환경 유기 태양전지를 처음으로 제작했다.
김범준 교수는 “앞으로 유기 전자소자 제작 패러다임을 바꾸고, 기술 실제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