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계가 삼성·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버금가는 총 매출과 고용으로 경제를 뒷받침했다.
경기 악화에도 전년 대비 4.3% 늘어난 고용으로 조선업 등 일부 업종 불황에 따른 감소분을 상쇄했다. 영업이익률에 비해 낮은 고용증가율을 보이는 대기업과 대비된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18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 총 매출은 225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258조원)에 이어 재계 매출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평균 매출액은 64억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유례없는 반도체 분야 호황과 디스플레이, 정밀화학 등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은 주력품목 수출호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종 평균 매출액은 121억원으로 매출증가율은 33.5%로 높게 나타났다.
고용 분야에서도 대기업 못지 않은 역할을 했다. 2017년 벤처기업 종사자 수 합계는 76만2000여명으로 삼성 등 5대 그룹 종사자 수 총합(75만여명)을 상회했다. 평균 종사자 수는 21.7명으로 전년대비 4.3% 늘었다. 기업 당 최소 1명은 늘린 셈이다. 전체적으로는 3만1000여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5%, 54.8% 증가했음에도 전체 종사자는 0.1% 감소한 대기업과 비교된다.
벤처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매출액 3.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반 중소기업(0.7%)은 물론이고 대기업(1.5%)보다도 높은 수치다. 지난해보다 20.7%포인트(P) 증가했다.
벤처기업 창업주 64.2%는 공학 전공자로 벤처기업 79.8%는 부설연구소 또는 연구개발 전담부서를 보유했다. 기업 당 산업재산권 보유 건수는 8.7건으로 전년보다 0.6건 늘었다.
지난해 벤처기업 74.6%는 자금운용에 애로를 겪었다. 인력(63.1%)과 국내 판로개척(51.8%) 문제 역시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자금조달 60.5%를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부분도 개선점으로 지적된다. 투자·기업공개(IPO)·회사채 발행 등에 의한 자금조달 규모는 0.2%에 불과했다.
벤처기업 주요 매출 경로는 기업간거래(B2B)가 73.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기업-정부간 거래(B2G) 15.4%, 해외매출 7.4%,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3.7% 순이다. B2B 대상으로는 벤처기업이 다른 중소·벤처기업과 하는 거래가 절반(48.7%) 정도로 대기업(12.8%)이나 1·2차벤더(12.1%)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B2B 거래 시 불공정거래 경험 여부에서는 현저한 감소세를 보였다. 대기업과 거래 시는 전년 13.5%에서 5.3%로 1·2차 벤더와의 거래에서는 11.4%에서 4.1%로 줄었다. 중소·벤처기업 간 거래에서도 11.3%에서 3.9%로 감소했다.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규제 샌드박스 시행 등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벤처투자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벤처가 혁신성장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중기부가 총 8차례 창업벤처생태계 대책을 내놓은 만큼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