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대한민국 '미래 투자'가 불안하다.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한 지식재산생산물투자(이하 지식재산투자) 증가율이 2년 연속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5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설비 투자도 정보기술(IT) 부문 부진으로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어두운 경기 전망에 기업의 미래 투자가 사실상 멈춰 선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는 정부 마중물 역할을 요구했다. 과감한 재정 투입, 규제 혁신으로 투자를 유도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고려해 융합기술·교육·인재 투자 확대에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표 미래 투자 지표인 지식재산투자와 IT 부문 설비 투자의 새해 전망 모두 어둡다.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지식재산투자 증가율을 각각 2.5%, 2.8%로 예상했다. 5년 전인 2013년(4.4%), 2014년(5.4%)의 절반 수준이다. 새해 정부가 R&D 예산을 확대(4.4%)했음에도 증가율이 2.8%에 머무른 것은 민간 투자가 크게 부진함을 뜻한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R&D 예산이 증액된 것은 지식재산투자 확대 요인”이라면서 “다만 제조업 부문 부진 우려 등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식재산투자 증가율은 최근 하향 추세가 뚜렷하다. 2016년은 한국은행의 당초 예상(2.3%)보다 높은 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3.0%로 떨어진 후 올해 2.5%로 재차 하락했다. 올해 수치는 정부의 당초 전망(3.5%)보다 1.0%포인트(P)나 낮다. 올해 2분기에는 전기 대비 마이너스(-0.7%)를 기록하기도 했다.
설비 투자는 IT 부문 부진이 두드러진다.
2017년에 14.6% 증가한 설비 투자는 올해 반도체 장비 도입 둔화에 따른 기계류 투자 감소로 1.0% 감소가 예상된다. 올해 기저 효과에도 정부는 새해 설비 투자가 1.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 조정 등으로 현재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IT 업종 투자가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울한 미래 투자 지표는 기업이 경기 둔화를 고려, '숨 고르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올해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경기가 새해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투자 계획을 보류·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조사 대상 244개 기업 가운데 80.4%가 새해 경영 계획 기조를 '긴축 또는 현상 유지'로 답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집계 결과 새해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IS)는 92.7에 머물렀다. BIS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업계는 기업 미래 투자 부진은 국가 경쟁력과 이어지는 만큼 정부가 재정·제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서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요구다. 투자 지원 정책 역량은 전통 산업보다 융합기술·교육·인재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 산업 구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지 생각해 볼 때”라면서 “정부가 사람·교육 투자, 융합 투자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