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에 주목받는 스팩...한달만에 10개 신규 상장

코스닥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말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상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신규 상장 스팩 가운데 절반이 12월에 집중됐다. 직상장이 어려운 중소형사와의 짝짓기도 하반기 들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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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스팩은 총 10개다. 지난 5일 교보8호스팩를 시작으로 26일 키움제5호스팩까지 연이은 상장 행렬이다. 올해 전체 상장 스팩 20개 가운데 절반이 이달에만 일제히 몰렸다.

스팩 상장은 직상장에 비해 증권사와 상장사 모두 위험이 덜하다. 미리 증시에 상장한 이후 합병 기업을 찾는 만큼 공모 미매각 등 흥행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하반기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에 침체가 이어지면서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스팩 상장이 줄잇고 있다.

스팩의 합병 기업 짝짓기도 활발하다. 올해 들어 총 11개사가 스팩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스팩합병에 실패했던 줌인터넷은 스팩 주관사를 미래에셋제5호스팩으로 바꿔 코스닥 이전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반도체 장비회사 네오셈,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소프트닉스, 반도체 팹리스 기업 지니틱스도 각각 대신밸런스3~5호스팩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부진으로 공모 미매각 등 상장철회 사례가 늘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흥행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스팩합병을 선호하는 경향이 하반기 들어 커졌다”면서 “제조업체 등 일반투자자에게는 다소 어려운 업종에서 공모가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스팩을 먼저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증시 부진에 따른 반대 효과로 스팩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발기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규 상장 스팩 발기인에는 주로 비상장기업 관련 딜에 강점을 가진 헤지펀드, 벤처캐피털(VC) 등이 대거 참여하는 추세다.

실제 줌인터넷과 합병을 추진 중인 미래에셋제5호스팩의 발기주주에는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 등 VC가 참여했다. 소프트닉스와 합병 추진 중인 대신밸런스4호스팩에는 지앤텍벤처투자, 대신5호스팩에는 SV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고 최근 상장한 키움5호스팩에는 퀀텀벤처스코리아가 발기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업계에서 VC가 가진 딜소싱 경험을 바탕으로 상장을 원하는 기업을 비교적 손쉽게 찾을 수 있는데다 투자 수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며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장 회수보다는 스팩으로 여유금을 돌리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게 스팩 외에도 기술특례상장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직상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코스닥 스팩 합병 기업>

자료: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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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