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폴더블 스마트폰 핵심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 사업에 진출한다. 투명 PI는 접었다 펴도 부러지지 않아 폴더블 디스플레이에서 유리를 대체할 수 있다. 스미토모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이 현재 투명 PI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도 가세함에 따라 치열한 시장 경쟁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투명 PI 필름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회사는 충북 증평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공장 내 부지에 약 400억원을 투자, 투명 PI 필름 양산 공장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양산 라인은 새해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새해 초까지 파일럿 설비를 먼저 갖출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PI 사업에 진출하는 건 처음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PI는 크게 유색과 무색으로 나뉜다. 유색 PI는 FPCB와 같은 유연 기판이나 산업용·방열용 소재로 널리 활용된다. 반면에 투명 PI는 최근 들어 각광받기 시작한 소재다. 투명하면서 상하좌우로 접을 수 있어 폴더블과 같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 유리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PI 업계에선 생소한 SK이노베이션이지만 회사는 2006년부터 PI 기술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사업 등에서 쌓아 온 소재 개발 역량을 토대로 유색 PI 개발을 시작해서 2010년부터 무색, 즉 투명 제품 개발에 착수해 제품을 완성시켰다.
SK이노베이션은 또 투명 PI를 활용한 필름 제조뿐만 아니라 특수 하드코팅까지 일괄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 차별화를 기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특수 하드코팅 기술과 지문·오염 방지 등을 위한 기능성 코팅 기술도 함께 준비했다”면서 “코팅 기술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접힘 성질과 강도, 흠집에 강한 특성을 구현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투명 PI는 현재 개화 단계에 있다. 삼성전자, 화웨이, 레노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투명 PI 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스미토모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 SKC가 투명 PI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추가 진출로 시장 경쟁은 후끈 달궈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외 LG화학도 투명 PI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 PI 시장은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새해부터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9년 300만대, 2020년 1400만대, 2022년 5000만대로 성장이 예상된다.
노재석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부장은 “시장 확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지금은 작은 사업이지만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과 SK이노베이션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월 8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9'에 참가, 투명 PI를 알리고 국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는 '플렉시블커버윈도(Flexible Cover Window)'의 앞 글자를 딴 'FCW'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