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데이터 시각화 분야에서 활약하는 스웨덴 저명한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의 발표를 본 적이 있다. “자동차에는 대시보드가 있지만,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시보드는 없다”고 말한 로슬링의 꿈은 전 세계의 각종 위기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인류는 로슬링이 꿈꿔온 대시보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점점 더 강력한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방법론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도구들은 우리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패턴을 찾아서 질병, 자연 재해,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위기에 대비하고, 이미 진행돼온 위기를 완화하거나 가능하면 방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는 지금 로슬링이 생각했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역량을 AI가 극적으로 향상시켜줄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인류는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왔으며, 동시에 그 기술의 파급 효과로 나타나는 위험들을 관리하고 그에 대처해왔다. 새로운 기술의 활용에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간 진보의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전기는 전자제품의 동력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게 화재를 발생시키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기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전기를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뿐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AI 관련 문제는 마치 우리의 조상이 전기나 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던 때의 문제와 같은 것이다. AI의 이점을 활용하면서 부작용을 최대한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번째 AI의 개발은 포용적이어야 한다. 구글을 비롯해 많은 기술 관련 기업들은 인력 구성에 있어서 포용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AI 개발에 사용되는 도구들을 공개해 회사 외부의 서드파티 혁신가가 해당 도구를 사회에 이로운 방향으로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원칙과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도록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기술 기업들은 여러 조직과 협력해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두번째 AI 기술은 사회적으로 유익해야 한다. 이는 올해 구글이 발표한 AI 원칙(AI Principle)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미 AI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여러 구글 앱과 서비스에 통합돼 사용자 일상 생활을 돕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번역과 같은 앱은 사람이 언어장벽을 넘어 소통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AI는 삶을 좀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넘어서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은 매스프레소라는 AI 기술 기반 풀이 검색 플랫폼이 학생들의 수학 문제 풀이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매스프레소는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격차를 해소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공익을 위한 AI 기술 적용의 좋은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AI 개발은 기술적 혁신 성장, 책임 있는 개발 및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술 적용 등을 촉진시키는 프레임워크를 따라야 한다. 특정 집단의 편협한 관심사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고민을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정부, 학계, 시민 사회 및 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협력 프로세스를 통해 이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출해야 한다. 구글은 UN-ESCAP와의 협력의 일환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회적 공익을 위한 AI 연구 네트워크(Asia Pacific AI for Social Good Research Network)의 창설을 후원한다.
AI 개발과 활용의 문제는 어떤 한 부문의 손에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AI 기술을 책임 있게 개발하고, 오용 위험을 줄이며, 그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하는 데에는 모두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켄트 워커(Kent Walker), 구글 글로벌 어페어스 수석 부사장 press@goog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