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생산 목표치를 3억대 아래로 잡았다. 삼성 스마트폰 생산량이 3억대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은 2013년 3억대 고지를 넘어선 이후 처음이다. 세계 스마트폰 1위 기업마저 경영 목표를 보수 형태로 잡으면서 스마트폰 시장 경착륙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을 약 2억9000만대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2019년도 사업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협력사들과 공유했다.
업계 정보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2019년도 사업 계획으로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대 초반으로 잡았다. 그러나 연말 글로벌 전략회의를 거쳐 목표치가 약 10% 하향 조정됐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돼 생산 계획을 전보다 낮춘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 연간 생산량은 2억9000만대 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3년에 스마트폰을 3억1980만대 출하하며 처음 3억대를 돌파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가 있던 2016년에도 3억940만대 출하량을 기록하며 줄곧 3억대 이상을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3억대 초반 수준 출하량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삼성의 생산 계획대로라면 올해 이 기록은 깨지게 된다. 생산 계획은 일종의 예상치기 때문에 실제 판매 상황에 따라 최종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이 생산 계획을 3억대 미만으로 낮춘 건 그만큼 시장 상황을 어둡게 본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 징후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하드웨어(HW) 혁신 부재와 성능 상향평준화로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애플도 지난 2일(현지시간) 15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외형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판매량은 현상을 유지하되 대신 수익성 확보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 타깃 모델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전략 제품인 갤럭시S10을 세 가지 모델로 준비하고 있고, 폴더블과 5G 스마트폰 등도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중저가 모델은 갤럭시A 시리즈로 제품들을 대거 통합하고, 신기술 채택을 늘려 중국 등 후발 주자의 공세를 방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저가 모델은 처음으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 제조 부담을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퀄컴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이 플래그십 시장에 기회를 잡으려는 것 같고, 또 중국 시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어려운 시장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지가 올해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생산 계획과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 경영 목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다만 올해 갤럭시 시리즈가 10주년을 맞은 해이고 폴더블·5G 스마트폰 출시 등도 예정돼 있어 공격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표> 삼성전자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 (단위:백만대)
(자료=SA)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