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1965~1980년생을 X세대라고 칭한다. 풍요한 경제 상황 속에서 각자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세대다. 이에 반해 X세대 다음 세대여서 Y세대라고도 불리는 밀레니엄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일자리 감소와 학자금 부담 등을 경험했고, 정보기술(IT)에 능통하다. Z세대는 X세대 자녀로, 2000년 이후 출생한 세대다. TV나 PC보다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더 즐겨 본다. 한 사무실에 이들 세대가 함께 일한다. 서로 조율하고 맞추고 협업해야 한다. 자라 온 배경과 가치관이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다르다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실마리가 이 칼럼에서 발견됐으면 좋겠다.
연봉 면담을 앞두고 있다. 치과 가는 것만큼이나 연봉 면담은 가능한 한 늦추고 싶은 일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입장에서는 다들 할 말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결과가 좋지 않다. 이것을 구성원에게 납득시키기가 두렵고 무섭다.
요즘 젊은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잘도 찾아낸다. 게다가 경력이 조금 쌓였다 하면 연봉 올려 달라는 말부터 한다. 회사 상황 빤히 알면서도 조목조목 자기 입장을 당당하게 펼치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다. 협상의 여지없이 강력하게 통보형으로 나가야 할지 사정조로 양해를 구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지 어려운 시험을 앞둔 수험생 같다.
정답이 하나만 있지는 않겠지만 밀레니엄 세대는 빙빙 에둘러 말하는 것보다 간단하게 핵심을 짚어 말하는 것을 좋아 한다. 대놓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워낙 짧은 댓글에 익숙해 온 세대이다 보니 서론이 길고 이유가 많으면 핑계라고 여긴다. 일어난 사실을 간결하게 알리고 결과를 통보하자. 중요한 것은 그다음부터다.
후배 반응에 얼마나 유연하게 상호작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질문이 많을 것이다. 반박도 있을지 모른다. 밀레니엄 세대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질문이 익숙한 세대다. 어른이 말하면 고개를 숙이고 듣던 세대와 많이 다르다.
질문이나 반박을 공격이라 여기지 말고 몰라서 묻는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질문이 기회다. 후배가 질문할 때 그 질문을 되돌려 주자. 질문에 역질문을 하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해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런 점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면이 사실과 다릅니다”라고 자기 의견을 말할 때 “어떤 점이 그런지 좀 더 알 수 있을까? 어떤 일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게 됐을까? 그 상황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볼까? 김 대리가 상대방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불공평하다는 게 어떤 거고, 공평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 김 대리가 생각하는 사실은 어떤 건지 좀 더 얘기해 줄 수 있을까?”라고 질문해 보자.
밀레니엄 세대는 생각을 표현하고 자신 의견을 주장하는 것에 익숙하다. 스스로 깨달은 것에 가장 강하게 확신한다. 질문으로 생각을 끌어내고 생각 속에서 틈새를 발견해야 한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본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는 더욱더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본다. 핵가족 시대에 자랐고, 베이비붐 세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커 왔다. 그래서 앞 세대에 비해 전체를 조감하고 객관화한 시각이 부족하다. 그것을 가르쳐 주기보다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 상사가 회사 입장에서 설명하기보다 스스로 전체를 볼 수 있는 질문을 하자. 설명보다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질문으로 후배 생각을 열게 하고, 그 틈새를 찾아 납득시키자. 스며들려면 파고들어야 한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