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합 공동 QR페이, 균열 조짐...국민·삼성·현대, 운용사 별도 계약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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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제로페이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신한·비씨카드가 '앱투앱 통합 QR결제 서비스'를 오픈한 가운데,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 현대카드가 QR진영에 곧 합류한다.

카드업계 점유율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3사가 합류할 경우 카드공동 QR페이 범용성 고도화와 가맹점 구축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런데, 후발 카드 3사가 결제정산 운용사를 별도로 지정,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롯데·신한·비씨카드 진영과 다른 밴(VAN)사와 계약을 체결,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카드사간 공동 QR페이 사업에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과 삼성, 현대카드가 나이스정보통신과 계약을 맺고 곧 QR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반면 롯데 등 3사는 시루정보와 위탁계약을 맺고 허브시스템을 구축했다.

카드사간 QR연동을 위해서는 중간에 정산 운용을 하나로 통일하는게 필수다. 그런데 카드사간 진영이 둘로 쪼개지면서 각기 다른 운용사를 뒀다.

이 때문에 카드사 공동 QR정산과 가맹점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롯데카드 가맹점에서 신한카드와 비씨카드 QR결제가 이뤄지려면 하위 밴사인 시루정보가 통합 운영하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신한, 비씨가 시루정보를 통해 가맹점 계약을 별도로 맺어야 하고, 모든 정산 프로세스를 통일해야 한다.

후발로 들어온 국민카드 등도 앞선 카드사와 연동, 정산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결제정산을 담당하는 밴사를 통해 모든 결제가 이뤄진다. 하지만 나이스정보통신과 계약을 맺은 카드 3사의 경우, 또 한번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됐다. 시루정보와 나이스정보통신간 카드 정보를 공유하고, 가맹점 공유를 위한 인프라를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하나의 일을 두세번 거쳐야 하는 방식이다. 조속한 가맹점 확보와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지만, 사실상 카드사별로 위탁운용사가 쪼개지면서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공동 QR서비스를 시작하지만 각 카드사별로 참여하는 목적이 다르다”며 “QR결제시장을 놓고 카드사별로 일종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카드사 연합 공동 QR페이, 균열 조짐...국민·삼성·현대, 운용사 별도 계약

특히 중국 유니온페이(은련) 매입 대행을 하고 있는 비씨카드와 신한카드를 견제하기 위해 후발 3사가 별도 진영을 형성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카드사가 공동 QR진영을 형성한 진짜 이유는 국내 소비자 대상으로 QR결제를 확대하기보다 중국 은련 매입대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중국관광객 대상으로 은련카드의 매입대행은 신한, 비씨카드 두곳이 독점하고 있다. 현재 은련카드가 QR결제를 대폭 늘리고 있고, 중국관광객이 한국에 들어와 모바일결제를 할 수 있는 비중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른 카드사도 QR인프라를 사전에 깔아 신한, 비씨카드 처럼 은련 매입대행사로 이름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카드사 공동 QR규격은 중국 은련과 호환되게 설계됐다.

밴 위탁계약 사업자가 갈리며, 카드사가 추진하는 QR결제 사업도 구심점을 잃었다는 평가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