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사업자에게 경영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인터넷 기반 스타트업 성장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10일 개최한 '4차산업혁명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참가 전문가들은 이같이 진단했다. 발제자로 나선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정보공개 의무가 없었던 스타트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외 경쟁사에 영업비밀이 새어나갈 위험도 있다”고 경계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태조사를 위해 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자본금 1억원 이상 온라인에서 상품 주문 및 결제가 발생하는 모든 사업자가 이 법의 대상이 되면서 스타트업은 성장 규제로 체감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 내용이나 고객 숫자, 매출, 이익과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데 극히 조심하는 입장이다.
해외 기업과 역차별 문제도 제기했다. 임 센터장은 “글로벌 기업은 영업기밀 보호에 전력을 쏟고 있다”며 “규제 편의주의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IT기업, 스타트업에 족쇄를 씌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할에 대해선 “구글이 유튜브를 2006년 인수, 12년이 흘렀지만 매출과 수익성 여부를 철저히 감추고 있다”며 “조금만 과감히 규제를 풀어줬다면 기업가치 1조원 이상 국내 스타트업이 최소 대여섯 곳은 나왔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실태조사 규정 손질에 대한 요구도 제기됐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상황평가 실효성, 필요성에 대해선 이미 회의적이라는 것이 인정됐다”며 “실태조사가 경쟁상황평가 대안으로 추진돼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관련 시행령을 두고는 “공공기관, 협회·단체를 대상으로 하되 스타트업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자료 제출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며 “역차별 규제 실태 역시 반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패널 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규제 편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를 겨냥한 규제인데,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사전적 규제를 가할 만큼 독점 폐해가 없는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정부부처가 정작 업계 실태는 모르면서 규제만 강화하려 한다”며 “제도 시행 전 불확실성부터 없애달라”고 당부했다.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은 “ 자료 제출 의무 대상에 스타트업이 들어갈 확률은 높지 않다”며 “시행령에 현장 목소리, 전문가 조언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현 의원은 “스타트업이 규제 장벽, 해외기업과 역차별에 막혀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며 “창의성에 기반을 둔 도전과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는 스타트업 육성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됐지만 규제가 국내기업에만 역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하루 빨리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