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관찰 관점 달리하면 창업 방향 보인다
시장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창업 아이디어 발굴의 기본이다. 창업가에게 시장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하는 직관은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직관은 누적된 경험에서 나오지만 또 하나 필요한 것은 관찰하는 습관이다. 관찰은 관점을 달리하고 현상을 정리해 나갈 때 효과가 있다. 창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서는 관찰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창업가를 위한 관찰에 대한 다른 관점을 주제로 한 전시회 두 곳을 소개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1월이 가기 전에 한번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과천과학관 중앙홀 2층에서는 '과학의 실패'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천문학' '화학' '현대의 원자설'을 주제로 한 이 전시회는 각 분야(천문학, 화학, 원자설)에서 대립되는 두 과학의 발전 과정을 제시한다. 대립되는 두 과학 차이는 관찰 관점이다. 전시회에는 지동설과 천동설에 대한 비교 모형이 있다. 관찰 기록 관점을 달리한 두 개 이론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돕고, 관점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준다. 과학의 본질은 기존 이론과 새로운 가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좀 더 논리 및 보편화된 진리에 가까운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다. 이미 형성된 관념과 편견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이는 창업에서 시장에 제시하는 솔루션을 발전시키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과학 탐구 목적은 지식의 틀 안에서 대안 이론 제시에 그치지 않고 지식을 끊임없이 되살피고 새롭게 제시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창업 또한 끊임없는 문제 정의를 통해 대안을 만들어 가는 연속 과정이기 때문에 전시회를 통해 창업가가 문제 해결 관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두 번째 추천하는 전시는 '카르노브스키' 디자인그룹의 '와일드 와일드 월드(Wild Wild World)'다. 이 전시는 예술과 과학 결합을 실험하는 시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명동점과 롯데월드타워 전시에 이어 현재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유전공학과 조류학에 관심을 두고 있던 디자인 예술사 전공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볼 수가 있다. 인류의 도전정신이 충만하던 16~18세기 대항해 시대 판화 이미지를 활용, 현 시대에 다시 도전정신을 상기시키려는 작가의 의도가 창의 기법으로 펼쳐진다. 대항해 시대에 대한 작가의 관찰과 해석은 인쇄와 조명 결합을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예술 분야를 창출할 수 있음도 보여 준다. '카르노브스키'는 삼원색 빨녹파(RGB)를 사용한 강렬한 그래픽 이미지를 조명과 결합, '표면의 깊이'를 주제로 실험하는 그래픽 아트 디자이너다. 자연광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색 레이어가 겹쳐진 이미지는 그 자체로도 매력을 끌지만 각각의 색 필터를 사용하면 표면에 드러나지 않던 기묘한 스토리의 본질이 드러난다. 빨간색에서 녹색, 파란색으로 필터를 바꾸면 가장 표면에서 직접 보이던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감춰진 이미지로 변화하고, 색 레이어별로 스토리를 담는 다양한 결과물이 보여진다. 카르노브스키는 세상을 향한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인간, 동물, 식물, 풍경 등 자연을 주제로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이미지를 보여 준다. 이 역시 관점을 달리한 관찰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