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에 신용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미 사업 참여사가 은행권과 협의에 착수했다.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50만원 한도 안에서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처럼 결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가계 부채를 부추기는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신용카드 결제에 익숙한 소비자 유입 효과는 클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SK텔레콤 합작사인 '핀크'가 제로페이 본사업 참여를 확정하고 조만간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로페이와 연동키로 했다. 주무 기관의 하나인 서울시에 지난해 9월 후불결제 연동 계획을 제안했고, 현재 은행권 대상으로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핀크가 서비스하고 있는 비상금 대출을 제로페이와 연결해 계좌 잔액 없이 결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비상금 대출은 하나은행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해 대출금리를 산정, 50만원 한도에서 대출해 주는 서비스다. 제로페이에 이 기능을 탑재하면 은행 계좌 이체가 아니어도 신용카드처럼 잔액 없이 결제가 가능해진다. 현재 핀크와 하나은행이 시스템 개발 등을 협의하고 있고, 추후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한 은행과도 세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로페이 사업 확대 요건으로 신용 공여 기능을 추가하자는 요구가 잇따랐다.
금융위원회 등과 주무 부처 간 협의에 착수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본사업이 시작됐다. 오히려 사업 참여 기업이 먼저 신용 공여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제로페이 확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케이뱅크도 50만원까지 무이자 결제가 가능한 케이뱅크페이를 내놓고 사실상 제로페이에 신용 공여 기능을 탑재했다. 마이너스 통장 방식 페이 전용 쇼핑머니 대출을 연동했다.
제로페이 대형 사업자가 속속 신용 공여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부처도 제로페이에 마이너스통장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대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KT 등도 후불결제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도 간편결제 사업자가 제공하고 있는 전자 지불 수단에 소액 신용 공여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30만~50만원의 소액 신용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단장은 “마이너스통장 악용 문제 등이 있어 소액 신용 제공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핀테크 기업이 신용 공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 전향적으로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 11번가, 이베이 등에서 돈이 없어도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가 곧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체크카드의 한계를 넘는 강력한 고객 유인 효과가 기대된다.
체크카드는 연결 계좌에 있는 잔액 안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하이브리드(신용카드+체크카드) 기능을 탑재한 체크카드의 경우 잔액이 부족한 경우에도 미리 신청한 한도까지는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가 오프라인 제로페이에 이어 온라인 제로페이까지 중장기로 검토하고 있어 신용 공여 한도와 기능 부여는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한편 중기부는 조만간 제로페이 활성화 후속 대책 일환으로 주요 전통 시장을 '제로페이 존'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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