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성공한 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와디즈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우드펀딩 투자한도 확대 등 제도 개선 속에 크라우드펀딩 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크라우드펀딩 청약을 성공한 191개 업체 가운데 109개 업체는 와디즈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펀딩 청약 금액 323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02억원이 와디즈 플랫폼 한 곳에서 이뤄졌다.
여타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와디즈에 크게 못 미쳤다. 크라우드펀딩 전문업체인 오픈트레이드가 21건, 크라우디가 14건, 오마이컴퍼니가 11건의 청약에 성공했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의 크라우드펀딩 실적은 크라우드펀딩 전문업체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그나마 IBK투자증권이 9건 청약을 성공해 중기 특화 증권사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다.
이밖에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8건, KTB투자증권은 6건을 성공했다. 유진투자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은 각각 4건과 2건에 그쳤다. 이안로드, 펀딩포유 등은 각각 5건, 1건을 성공했다.
금융위는 지난 15일 법 개정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투자 한도를 크게 늘렸지만 이에 따른 혜택을 입은 업체 역시 와디즈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제도 개선 직후 와디즈를 통해 청약을 개시한 두 건의 펀딩은 연이어 대박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6일 펀딩을 개시한 그린플러그드는 펀딩 개시 하루 만에 8억원을 달성했다. 로보어드바이저 불리오를 개발한 두물머리는 22일 현재 10억원이 넘는 금액을 조달했다. 목표 자금조달 금액인 3억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청약 마감일인 다음 달 14일까지 충분한 여력이 남은 만큼 15억원까지 조달 금액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이처럼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주된 이유를 지나치게 협소한 시장 규모에서 찾는다. 특정 플랫폼 집중 현상이 크라우드펀딩 시장 확대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참여자가 제한적인 만큼 유망 상품을 여러 플랫폼에서 찾기보다는 하나의 중개업체에서 공급하는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제도 개선이 이뤄진 만큼 와디즈에 경쟁하기 위한 유망 상품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제도 도입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창업초기기업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성공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향후 시장의 지속 성장과 안정적 자금 공급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