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산화수소 대량 생산 가능한 '고성능 탄소촉매' 개발... 주상훈 UNIST 교수

고성능 탄소촉매를 개발한 주상훈 UNIST 교수.
고성능 탄소촉매를 개발한 주상훈 UNIST 교수.

'과산화수소(H₂O₂)'를 친환경으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탄소촉매가 개발됐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주상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전기를 이용해 산소(O₂)를 과산화수소로 전환할 수 있는 '고성능 탄소촉매'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과산화수소는 강한 산화력과 무해성으로 제지산업을 비롯해 분석 시약의 산화제, 소독제, 각종 표백제 등 다양한 합성 분야에 쓰이는 액상 화합물이다.

기존 과산화수소는 고압의 수소(H₂)와 귀금속 촉매(Pd)를 사용하는 생산공정 때문에 단가가 높았다. 생산 과정에서 유기폐기물을 다량 배출해 환경오염도 유발했다.

주 교수팀은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공기 중 산소를 과산화수소로 변환하는 '전기화학적 변환' 방법을 새로운 과산화수소 생산공정에 적용해 이를 해결했다.

주 교수팀은 나노 다공성 물질의 구멍 내부에서 탄소 원자를 흑연 결정으로 성장시킬 때 엣지 수도 크게 늘어나는 구조의 새로운 탄소촉매를 합성했다. 탄소 원자가 모여 흑연 결정을 이룰 때 나타나는 엣지는 촉매 기능을 활성화한다. 합성한 탄소촉매로 기존 고가의 귀금속 촉매를 대체했다.

엣지가 많은 탄소촉매의 성능 모식도.
엣지가 많은 탄소촉매의 성능 모식도.

이 탄소촉매는 엣지가 거의 없는 기존 탄소촉매보다 약 28배 높은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나타냈고, 산소 선택도도 99% 수준에 달했다. 촉매 안정성이 우수해 16시간 연속 사용해도 상당량의 과산화수소를 포함한 반응수를 생산했다. 현재까지 보고된 탄소촉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주상훈 교수는 “고성능 탄소촉매로 얻은 반응수는 추가로 분리하거나 농축하지 않아도 표백이나 산폐수 처리 등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탄소촉매로 전기적 과산화수소산업을 육성하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주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촉매 반응속도는 전자 하나를 산소에 전달하는 과정으로 결정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전자를 받은 산소 원자(산소 라디칼)는 반응 에너지가 커지므로, 촉매에서 전자를 얼마나 빠르게 넘겨주느냐가 전체 반응속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주 교수팀은 전자 전달이 잘 이뤄지는, 엣지가 많은 탄소촉매로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크게 높임으로써 이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