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거점 바로 옆에 구글...네이버 투자 늘렸지만 인력 확보 '비상'

네이버에 인력 유출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이 네이버 유럽 연구소 근처에 테크 관련 연구소를 운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R&D 투자를 대폭 늘렸음에도 우수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프랑스 그르노블 인근에 AI 연구소 개원을 추진 중이다. 그르노블은 네이버 R&D 조직 네이버랩스 유럽 본부가 위치한 지역이다. 네이버는 2017년 6월 그르노블에 위치한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를 인수, 네이버랩스유럽으로 이름을 바꾸고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그르노블 지역에 근무할 인력 흡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글래스도어 등 구직 사이트에 따르면 구글은 그르노블에서 기계학습, 심층학습 경험이 있는 인지과학 분야 연구자를 모집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유럽이 주력하고 있는 AI, 기계학습과 분야가 겹친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미 네이버랩스유럽 인력 가운데 일부가 이직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이버랩스를 이끌던 송창현 대표도 2월에 회사를 떠난다. 구글은 지난해 프랑스에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디지털 교육을 담당하는 구글 허브 네 곳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 관계자는 “AI 전문가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은 어디나 사정이 똑같다”면서 “연구소 등 프랑스 구글 거점은 알려진 몇 곳을 제외하고는 아직 비공개”라고 말했다.

네이버랩스 유럽 전경.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랩스 유럽 전경. 사진제공=네이버

구글은 지난해 네이버에 비해 17배가 넘는 R&D비를 투입했다. 네이버가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격차는 크게 줄지 않았다.

금융분석 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3분기까지 153억8500만달러(약 17조2000억원)를 R&D비로 썼다. 아마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돈을 R&D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R&D비로 1조27억원을 집행했다.

알파벳은 2017년 166억2500만달러(18조6100억원)를 R&D비로 지출했다. 1조1300억원을 쓴 네이버의 약 18배다.

네이버는 지난해 R&D비를 상향시켰다. 2017년 2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던 네이버 분기별 R&D비는 2018년 3분기 연속 3000억원을 돌파했다. 2018년 매출 25%를 R&D에 투자했다.

네이버 R&D비가 늘어난 것은 인력과 조직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7년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 인수에 이어 2018년 홍콩과기대와 협력, 네이버라인-홍콩과기대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AI와 로봇에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렸지만 글로벌 기업과 덩치 경쟁에서는 여전히 불리한 처지”라고 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2월 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 참여해 “개발자를 구하는 게 가장 큰 현실적 어려움”이라면서 “페이스북, 유튜브가 개발자를 5만명 확보하겠다는 얘기를 하면 우리는 얼마나 확보해야 하나”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개발자 직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글과 네이버 연구개발비 추이

유럽 거점 바로 옆에 구글...네이버 투자 늘렸지만 인력 확보 '비상'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