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인재가 없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행학습 위주 교육은 학생 창의성을 길러주기 힘듭니다. 기존 전문가를 효과적으로 재교육하고 새로운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기업·대학·정부가 합심해 준비해야 합니다.”
제13대 회장을 연임하게 된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공과대학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근 떠오른 신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선도하는 분야가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핵심 신기술이지만 모두 해외 기업이 발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기술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있지만 신기술 분야는 한국이 주도하는 분야가 보이지 않는게 현실이다.

권 회장은 이 같은 문제 원인으로 '부족한 창의 교육'을 꼽았다. 초·중·고 교육은 선행학습 위주로 형성되다보니 학생이 학교 수업에 흥미를 갖고 창의력을 기를 기회가 사라진다고 진단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융합 기술이 화두인데 한 분야 전문가가 다른 분야 전문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거의 없고 기존 지식을 심화할 기회도 부족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심지어 미국 공대에 진학해도 현지 대학의 수학·물리 과정을 선행학습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작 몇 년 뒤 결과를 보면 선행학습으로 수업에 흥미를 잃고 졸업 후 결과도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선행학습을 하지 못해 불안해하던 학생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공부해 결과적으로 더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성인이 됐을 때 '얼마나 우수한 인재가 되느냐'가 중요하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산업 인력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높이고 정년까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기업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봤다. 첨단 기술 기업마저 엔지니어가 아닌 관리직이 우대받는 문화를 타파해야 차세대 첨단기술 사회를 이끌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 회장은 “한국 기업은 입사 후 10년간 현업에서 일하지만 진급하면서 점점 업무 지시만 하는 관리 중심으로 바뀌고 관리직을 대우하는 문화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면서 “업무를 기술 전문가와 관리직의 투트랙으로 분명히 나눠서 각자의 전문성을 기르며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정부가 역할을 나눠 전문인력 육성·활용방안을 고민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기업은 대학과 협력해 장기 근속자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운영해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분야 지식을 습득해 응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퇴직자가 해외 경쟁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서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봤다.
권오경 회장은 2020년 세계공학한림원장으로 정식 취임하게 된다. 한국인이 세계공학한림원장에 취임한 첫 사례다. 2020년에는 세계공학한림원평의회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권 회장은 밀레니얼 세대에 적합한 새로운 공학교육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한국공학교육학회,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새로운 교육방법론을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권 회장은 “새로운 교육 방법론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내 나오지 않을까 한다”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교육방법론을 모색하고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