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받는 국산 전기버스...국가 보조금 대상車 20개 가운데 중국산이 13종

올해 우리나라 국가 보조금 지원을 받는 전기버스 20개 모델 가운데 13개가 중국산 차량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버스는 국산과 마찬가지로 국가 보조금은 최대 2억원을 지원받고 국가 전기차 보급 사업에 참여한다.

정부의 전기버스 보급 물량이 매년 10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차 확산이라는 목적에다 국내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부품 국산화 비중을 따져 시장 참여 자격에 차등을 두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차별 받는 국산 전기버스...국가 보조금 대상車 20개 가운데 중국산이 13종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환경부 전기버스 보조금 지원 자격을 획득한 차량이 20개 모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 현지 생산 차량이 비야디(BYD) 전기버스를 포함해 13개 모델이나 차지했다. 반면에 국산 전기버스는 현대차 차량을 포함 7개 모델에 불과하다. 그나마 중국산 13개 모델 가운데 6개 모델이 삼성SDI 등 국산 배터리셀을 장착했다.

13개 모델 중국 차량은 국산 부품 비중이나 생산지와 관계없이 국산차와 동일하게 국가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정부는 배터리 용량에 따른 주행 거리에 따라 전기버스 대당 최소 7600만원, 최대 1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저상 구조로 차량이 제작되면 국토교통부 보조금 1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 가격이 3억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실제 구매비용은 1억원 안팎이다. 보통 4억원이 넘는 국산차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기버스는 브랜드를 따지는 승용차와 달리 운행 수익을 주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자(운수업체)가 저가 차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는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의 진입장벽은 오히려 더 낮다. 국내 업체는 국토교통부의 운행·안전 등 각종 실주행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충격 테스트 등 인증만을 위해 투입되는 차량만 2~3대다.

반면에 중국 업체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대규모 제작자 인증제'를 통해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국산 차량과 같은 자격을 얻는 구조다. 스티어링, 브레이크 등 서스펜션이나 전기모터를 포함한 파워트레인 등 검증을 위한 국내 테스트가 전혀 없다.

업계는 국산 전기버스의 역차별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도 최소한 국내 차량에 준하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제작자 인증제를 통해 서류 통과만으로 국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중국 브로커까지 등장하기도 했다”면서 “중국산이라고 해서 국내 도입을 막연히 차단할 순 없지만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배터리 등 국산품을 쓰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시장 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환경부 전기버스 보조금 지원 대상 현황(자료:환경부·업계)

역차별 받는 국산 전기버스...국가 보조금 대상車 20개 가운데 중국산이 13종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