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최초 규명했다. 표적형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전기를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규영(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 연구진이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할 때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쓰고 대사(metabolism)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암의 림프절 전이 정도는 암 환자 생존율을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하지만 암의 림프절 전이 과정과 기전은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암세포가 어떻게 각종 면역세포가 있는 림프절에서 생존하는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연구에서는 대부분 암세포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게 정설이었다. 연구진은 RNA 분석과 동물실험을 통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는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연구진은 흑색종(피부암)과 유방암 모델 생쥐를 이용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산을 에너지로 삼아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대사를 변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림프절은 각종 림프구와 백혈구가 포함된 면역기관 일종으로 림프관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동그란 형태의 조직이다.
연구진은 생쥐에 지방산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자 림프절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암세포가 더 이상 연료를 태울 수 없으면 전이가 진행되지 않는 사실을 밝혔다. 또 YAP 전사인자가 암세포 지방산 산화를 조절하는 인자임을 확인했다. YAP 전사인자는 조직 항상성, 장기 크기와 재생 그리고 종양 발생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림프절에 도달해 자라는 암세포에서 YAP 전사인자가 활성화됐고 암세포 내 YAP 전사인자 발현을 억제하자 암의 림프절 전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폐나 간 등 장기로의 전이에 집중하던 기존 암 연구와 다른 접근법으로,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의 생존전략을 규명했다. 향후 암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제1저자인 이충근 박사(종양내과 전문의)는 “암 전이 첫 관문인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대사를 변화시켜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현상과 그 기전을 처음으로 밝혔다”면서 “림프절 전이를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사이언스 온라인 판에 8일 게재됐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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