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구체적인 장소까지 확정되면서 지지부진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어느 수준까지 조율 가능할지, '베트남 선언문'에 무엇이 담길지 주목된다. 그동안 북미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 역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은 경호상 문제 등으로 다낭 지역을 선호했으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해 벌인 실무협상 결과에서 하노이로 합의했다.
북미 양국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이후 지지부진했던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열 수 있게 됐다. 1차 회담에서 포괄적이고 원칙적 합의를 했던 만큼, 2차 북미회담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협상 기조로 유지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하지만 2차 회담이 성사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일부 수용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현실적인 협상 타결을 고려하고 있다는 풀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한 만큼 비핵화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더불어 '플러스알파(+α)'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북한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지에 달려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간 평양을 다녀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방북 협의가 생산적이었다”면서 “북한 측이 예전과 비교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비건 대표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여야 국회의원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비건 대표는 2박 3일간 방북 기간 동안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를 비롯해 여러 분야 당국자와 접촉했다.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국 상응 조치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비건 대표는 김 대표와 향후 추가 실무회담을 다시 가질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8일 서울로 돌아온 이후 청와대를 찾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도 면담, 실무협상 결과를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1차회담에서처럼 2차회담에서도 중재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북미회담 성과에 따라 한동안 멈춰있던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추동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등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올해 목표로 삼고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을 점쳤으나 가능성은 낮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협상 과정을 통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다시한번 확인했다”며 “미국과 우리정부 간 비핵화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 입장차가 없음을 확인했고 한미 간 정상 차원에서도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