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분야가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격전지로 떠올랐다. 글로벌 기업은 병원 대상으로 클라우드 고객 확보는 물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유치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나라도 의료IT 비용을 줄이고 보안을 강화, 의료IT 융합이 가능한 클라우드 확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 오렌지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 북미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 2019)에 IT 기업이 총출동, 고객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 클라우드를 메인으로 내세워 병원 고객은 물론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협력사 모시기가 뜨거웠다. HIMSS는 의료IT 솔루션이 총집합하는 헬스케어 영역 CES로 불린다. 올해도 500여 기업과 5만명에 이르는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각각 헬스케어 챗봇,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선보였다. MS 챗봇은 증상 진단, 환자 인계 등 챗봇 기본 형태를 띠지만 병원의 맞춤형 서비스 개발을 지원한다. 구글은 진료, 유전자, 생활습관 등 서로 다른 정보 데이터를 공간 하나에 저장·검색하는 플랫폼 '빅 쿼리'를 선보였다. 방대하지만 서식이 다른 의료 정보를 표준에 맞춰 그릇에 담고, 사용자가 원하는 도구를 사용해 활용한다. 두 기업의 솔루션 기반은 클라우드 서비스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헬스케어 시장을 염두에 둔 생태계 전략을 소개했다. 세계 1위 클라우드 기반에 의료영상 진단, 전사자원관리(ERP), 의사-병원 매칭 등 10여개 서비스를 올려 세력 확장을 꾀한다. IBM은 '왓슨 존(Zone)'을 따로 만들어 클라우드 기반 AI 기술 알리기에 집중했다. 올 상반기 안에 출시하는 대표 제품인 '왓슨 포 온 콜로지'의 신규 버전은 기존 임상정보에 생활습관 정보를 더해 신뢰도를 더 높였다. 이영로 바임컨설팅 전무는 “MS, IBM, 구글의 최신 제품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차근차근 모아 온 빅데이터를 근간으로 한다”면서 “클라우드 생태계를 구축해 맺은 결실이 하나 둘 공개되는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헬스케어 시장에 클라우드 바람은 돌풍을 넘어 일상이 됐다. 의료기관은 막대한 IT 인프라 비용을 절감하고, 빅데이터 등 연구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한다. 미국 내 1차 의료기관 90% 이상은 클라우드 EMR를 사용하고 있다. 헬스케어 영역은 타 영역과 비교해 가장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며, 활용·관리를 위해 클라우드 도입 요구가 커지면서 IT 공룡이 움직이고 있다.
국내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2017년 병원 의료 정보를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시도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여전히 보안 우려가 있는 데다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 탓에 병원 투자 여력은 없는 실정이다. 클라우드 도입이 늦어지면서 병원 경영은 물론 의료IT 융합 산업의 경쟁력 퇴보도 우려된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불법 활용 등에서 국내 의료 클라우드 수준은 세계와 큰 격차가 난다”면서 “병원이 IT에 투자할 여력을 만들어 주면서 다양한 솔루션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랜도(미국)=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