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소프트웨어(SW) 코딩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학년 위주로 코딩수업을 한 중학생은 학년이 높아져도 디지털 리터러시가 제자리걸음을 했다. 같은 디지털세대라도 SW교육에 따라 디지털 리터러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 한석수)은 이현숙 건국대학교 교수 등이 수행한 '2018년 국가수준 초·중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 측정 연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KERIS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초·중학생의 ICT 리터러시 수준을 연구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ICT 활용 능력 뿐만 아니라 정보 생산 능력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처음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로 연구를 확장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사회 구성원의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 소양이다. 윤리적 태도와 디지털 기술 이해·활용, 정보 탐색·창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연구는 203개 초등학교 1만 1055명과 211개 중학교 1만399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단순한 설문이 아니라 스크래치로 실제 코딩하는 수준까지 측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디지털 리터러시 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 초등학교 4학년은 52.84, 5학년은 62.55, 6학년은 68.49점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수도 올라갔다. 중학생은 1학년 57.07, 2학년 57.77, 3학년 57.12점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초등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디지털 리터러시 경험치가 누적되고 사고력이 증진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조사대상 초등학생 가운데 55%가 실과 및 방과후 수업을 통해 꾸준히 정보교육을 받았다. 중학교의 경우 정보 교과가 1개 학년에 적용돼 수업시수가 적고 타교과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경험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를 생산하는 능력인 '자동화' 영역에서 중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정보교과를 통해 배우는 컴퓨팅 사고력의 증진이 학습 기회가 제공되는 학년에서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SW 연구학교와 선도학교 교사가 초등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확인됐다. 중학교 교사 배경 변인 분석 결과, ICT 연수를 많이 받은 교사가 중학교 학생 디지털 리터러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교사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나 ICT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연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평소 생활하면서 디지털 기기를 많이 접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접하느냐에 따라 디지털리터러시가 달라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모두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를 학습·숙제에 사용하거나, 영상을 편집하는 등 취미 활동을 위해 활용하는 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우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친구와 문자, 메시지 교류 등 의사소통 위주로 활용하는 경우는 디지털 리터러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기 사용 횟수가 증가할수록 디지털 리터러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매일 사용하는 경우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한성 KERIS 선임연구원은 “OECD 평균을 봐도 우리나라 학생의 ICT 활용 학습은 상대적으로 낮고 게임이나 오락은 비슷하다”면서 “평소 디지털에 노출돼 있지만 교육 차원 접근이 부족해 이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