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스탠드형 에어컨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에어컨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발생한 사태다. 일선 매장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바꿨고, 제조사는 1등급 에어컨 제품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19일 전자신문이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인증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출시한 에어컨에서 1등급 제품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을 받은 정격 냉방 능력 7000~9000W급 스탠드형 에어컨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스탠드형 에어컨에서 총 99건의 인증을 받았다. 이 가운데 4등급은 76건, 3등급은 22건, 2등급은 1건이었다. 개정 전인 지난해 1~6월에 진행된 100여건의 인증에서는 1등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가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변별력을 높이고 업계 에너지 절감 기술 유도를 위해 지난해 10월 에어컨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현재 신제품은 3~4등급 일색이지만 과거보다 에어컨 효율성이 나빠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에어컨에 탑재되는 에너지 절감 기술은 매년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개정된 기준에서 3~4등급을 받은 다수 제품은 이전 기준에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수준에 해당한다.
에어컨 제품 에너시소비효율등급이 3~4등급 일색으로 채워지면서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전략도 변화했다. 기존 에어컨 핵심 마케팅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이었다. '1등급'이 주는 상징성이 컸기 때문이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 관계자는 “예전에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강조하곤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에너지소비효율성은 예전과 동일하더라도 1등급이 아닌 3~4등급 제품을 두고 똑같이 판촉하긴 어렵다”면서 “고객에게 다른 강점을 소구하거나 에너지 소비 효율성은 이전 1등급 제품 수준이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전자업계 고민도 비슷하다. 양사는 당장 1등급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각각 무풍 냉방, 온도 미세제어, 인공지능(AI), 인버터 제어 기술 강화 등을 앞세워 효율성을 높였다. 소비자 관심이 높은 만큼 제조사는 에너지 절감 기술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1등급을 충족시킨 스탠드형 에어컨이 시장에 언제 등장할 지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비용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에너지 소비 효율성은 높이는 게 과제다. 제조사에서는 1등급 기준을 충족시키면 단가가 20~30%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에너지효율등급과 제품 가격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출시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