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부지로 경기도 용인을 신청한 데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중국의 반도체 추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격차를 벌이기 위한 방안으로 수도권 내 신규 공장 투자를 검토했다. 반도체 규모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수 인재 영입을 통해 연구개발(R&D) 능력을 배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규제가 걸렸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 따라 수도권 내 신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했다. 또 이천·청주·천안·구미 등 지방자치단체가 뛰어든 유치 경쟁도 부담이 됐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용인을 최종 신청한 배경은 미래 반도체 사업에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석·박사급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서울과 가까운 지역이 돼야 한다.
SK하이닉스 측은 “첨단 기술이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IT기업은 우수 인재를 놓고 치열하게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용인은 국내외 우수 인재가 선호하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사와 유기적 협력관계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용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 244개사 가운데 약 85%가 서울 및 경기권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가 용인으로 결정되면 SK하이닉스는 '이천-청주-용인'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3각축을 완성할 수 있다.
경기도 이천은 본사 기능과 R&D·마더 팹 및 D램 생산기지를 담당한다. 충북 청주는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를 맡는다. 여기에 용인은 D램·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런 배경에서 이천과 청주에 대한 투자도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이천에는 M16 구축과 연구개발동 건설 등에 약 10년간 20조원 규모를 투자하고 청주에는 작년부터 가동 중인 M15의 생산능력 확대를 포함해 약 10년간 35조원 규모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클러스터 부지가 용인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향후 남은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SK하이닉스가 신청한 내용을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선 SK하이닉스가 신청한 용인 부지를 수도권공장총량규제에서 풀어주기 위한 문제를 논의한다.
용인 부지를 특별물량으로 지정하자는 결론이 도출되면 이 안건은 수도권정비위원회로 넘어간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정비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규제가 풀리면 SK하이닉스는 산업단지 신청, 부지 매입 등을 거쳐 착공하는 단계를 밟게 된다.
정부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생태계 및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향후 남은 절차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