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내건 '소비자 피해구제 지원'...예산은 쥐꼬리, 입법은 답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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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소비자 피해구제 지원 강화'가 공회전하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예산 편성 기조에도 소비자 소송 지원 예산은 5년째 연 2000만원에 머물렀다. 소송 한 건도 제대로 지원하기 힘든 규모다. 소비자권익증진재단 설립, 집단소송제 도입 등 정부가 약속한 과제는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가습기 살균제, 라돈침대 등 소비자 안전·건강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의 피해구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 예산 내역을 확인한 결과 '소비자 소송 지원사업' 예산은 2015년부터 5년 연속 연간 2000만원을 기록했다.

공정위는 2012년부터 소비자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공정위가 소비자 관련법을 위반한 기업을 제재하는 것과 별개로 개인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별도 소송을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한 사업이다.

시행 첫 해인 2012년과 이듬해에는 예산이 1억원 배정됐다. 그러나 2014년 4000만원, 2015년 2000만원으로 잇달아 삭감된 후 5년째 같은 수준이다.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고려하면 2000만원으로는 소송 한 건도 제대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는 당초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을 설립해 소송 지원 등 소비자 권익 증진을 추진할 방침이었다. 2016년 공정위가 관련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 대통령도 해당 내용과 유사한 '피해자 지원 기금'(가칭)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3년째 국회에 계류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권익증진재단 설립은 지금의 야당이 여당 시절 찬성했던 사안임에도 국회 논의에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집단소송제 도입'도 국회 논의에 진전이 없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명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 하면 다른 피해자는 별도 소송 없이 해당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금은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소비자 분야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관련 법안이 국회 발의됐지만 처리에 진전이 없다.

금융소비자보호법(가칭)을 제정하고 금융소비자 전담기구를 설치한다는 공약도 답보 상태다. 이 역시 관련 법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처리는 요원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경제민주화 정책 수행평가' 보고서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소비자 보호 강화부문 평가점수를 '0'으로 매겼다.

업계는 가습기 살균제, BMW 차량 화재, 라돈 침대 등 생명·건강을 위협하는 소비자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국회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관련 정책에 투입되는 재원은 부족하고 국회 관심도 크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