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19 바르셀로나]중국 반도체 굴기, 5G 시장에서도 '질주'

중화권 업체의 '반도체 굴기(〃起)' 행보가 모바일 시장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화웨이, 대만 미디어텍 등 반도체 기업은 다양한 5G용 칩을 선보이면서 모바일 시장 선점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이 3G, 4G 모바일용 칩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퀄컴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화웨이의 5G용 칩 발롱 5000
화웨이의 5G용 칩 발롱 5000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에서 중화권 반도체 업체들이 다양한 5G용 반도체 칩을 공개했다.

이날 화웨이 부스에서 관람객들의 주목을 끈 칩은 단연 7나노 공정을 적용해 만든 '발롱5000'이었다. 발롱5000은 5G 네트워크용으로 만들어진 칩이지만, 2G부터 4G까지 모든 통신망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발롱5000은 6㎓ 이하 대역에서 4.6Gbps 속도로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밀리미터파(㎜Wave) 대역에서는 4G 롱텀에볼루션(LTE) 다운로드 속도보다 10배가량 빠른 6.5Gbps의 속도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게다가 5G 네트워크만 단독으로 쓰는 스탠드얼론(SA) 방식뿐만 아니라, 4G 유선 네트워크 활용도 지원하는 논스탠드얼론(NSA) 방식도 적용해 유연성을 더했다. 콘텐츠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반씩 나눠 쓰는 주파수분할방식(FDD),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번갈아 하는 시분할방식(TDD)도 함께 적용된다.

화웨이의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부스에서 만난 화웨이 관계자는 “퀄컴이 최근 5G용 모뎀 칩 X55를 내놓고, 인텔도 모바일 칩 시장에 도전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이 칩을 개발했다”며 “발롱5000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5G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칩은 이번 전시회에서 화웨이가 공개한 폴더블폰 '메이트X'에도 탑재됐다.

화웨이는 모뎀 칩뿐 아니라 기지국용 핵심 칩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화웨이는 이번 전시회에서 5G 기지국용 칩 '텐강'을 전시했다. 기존 칩세트보다 컴퓨터 용량이 2.5배 늘어났고, 한 개의 칩으로 64개 채널을 관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기존보다 규모가 50% 작고, 전체 중량은 23% 가벼워 전력 소비량을 21%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스노우 릿지'로 5G 기지국 시장에 도전장을 낸 인텔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미디어텍도 5G 모뎀 칩 기술에서 뒤지지 않는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헬리오 M70'은 7나노 공정을 적용한 칩이며, 올해 2분기 양산해 신규 아이폰에도 탑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미디어텍 관계자는 “통신 솔루션 업체인 안리쓰에게 5G 모뎀 검증을 확인받았을 뿐 아니라, 화웨이나 노키아 등 통신 장비업체들과 함께 헬리오 M70을 활용한 5G 인프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텍은 사람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는 AI 칩 헬리오 P90도 선보였다. 미디어텍은 이날 전시 부스에서 헬리오 P90이 탑재된 스마트폰과 연동한 로봇이 사람의 춤동작을 바로 따라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미디어텍 관계자는 “이 칩이 장착된 스마트폰은 아이폰 등 기존 기기보다 훨씬 빨리 카메라 속 얼굴을 인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