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활동에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학생이 취미로 만든 게임을 올리는 사이트에 서비스 금지를 통보해서다. 인디게임 개발 저변 확대를 막는 행위라며 게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위는 입법기관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전자닷컴'에서 플래시 게임 습작 공유를 중단했다. 게임위가 서비스 제한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주전자닷컴은 플래시로 만든 자작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오는 사이트다. 시나 소설 습작처럼 서로 의견을 나누거나 같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주전자닷컴 운영자는 “자작게임물 서비스 금지통보를 받아 안타깝게 자작게임 콘텐츠를 중단한다”며 “프로도 아닌 학생 UCC 작품 금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 혼란스럽지만 사이트 강제 차단 조치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내린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국내에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은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라 상업용 게임뿐만 아니라 자작 플래시 게임이든 웹게임이든 어떤 게임물이라도 적용받는다.
예외는 중앙행정기관장이 추천하는 게임대회, 전시회 등에 전시할 목적이거나 국가, 지방자치 단체, 교육기관, 종교기관 등이 교육, 학습, 종교 또는 공익적 홍보활동 등 용도로 제작·배급하는 게임뿐이다. 따라서 온라인을 통해 배포하는 주전자닷컴에 대한 게임위 조치는 적법하다. 게임위는 “위법 사항이 제거돼야 서비스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등급분류를 받아 위법적인 사항을 제거하는 일은 학생에게 쉽지 않다. 우선 게임 심의를 받는 데 비용이 든다. 게임용량, 네트워크 이용 유무, 장르, 한국어 제공 여부 등 기준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등급분류에 필요한 서류도 만들어야 한다.
최근 개인회원으로 등급분류를 진행하는 경우 절차가 완화됐다. 사업자등록증 대신 아이핀이나 휴대폰으로 실명확인을 거쳐 관련 서류를 준비하게 간소화됐다. 하지만 습작, 재미로 만든 게임을 등급분류 받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과 집행이 인디게임 개발 저변확대를 막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전자닷컴에 올라온 게임은 수익 목적이 아니라 동호인 개념에 가까운데 이를 막으면 인디게임 저변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부장관상을 수여하는 인디게임 경진대회와 게임잼을 개최해 생태계 다양성 기반을 구축한다. 각종 인디게임 제작지원사업도 각계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전세계적에서 인디게임 전문행사만 8개 넘게 성황리에 펼쳐지고 있다. 한국도 매년 부산에서 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 열린다. 세계 메이저 게임쇼와 개발자 콘퍼런스도 인디게임 코너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인디게임 성장이 게임 다양성에 기여해 게임산업과 시장을 보다 풍요롭고 건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은 산·학·관 공통 견해기도 하다.
게임위 관계자는 “비영리 게임 제작 욕구를 인지하고 있고 엄격한 법 집행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이를 고려해 입법기관과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