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도 벤처·창업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신산업·고(高)기술 스타트업 발굴 및 벤처투자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6일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벤처기업인과 만나 “벤처가 성장하고 도약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벤처 붐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규 벤처 투자를 2022년까지 연 5조원 규모로 달성하고, 향후 4년 동안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전용 펀드를 조성해 2020년까지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밖에도 엔젤 투자 유치 시 투자금액의 2배까지 완전 보증하는 특례보증 100억원 신설, 2000억원 규모의 엔젤 세컨더리 전용 펀드 신규 조성, 스타트업 규제 샌드박스 활용 확대 등 다양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같이 2019년을 기점으로 정부의 스타트업 창업 및 벤처투자 지원이 적극 이뤄질 것으로 보여 액셀러레이터 활동 범위와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앞으로 액셀러레이터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 증가보다 질 향상이 필요하다. 자본력 있는 상장 벤처기업은 훌륭한 액셀러레이터의 후보군이다. 그러나 현재 상장 기업이 준수해야 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발목을 잡는다. 2018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K-IFRS 1109호(금융상품) 기준서는 매년 말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의 공정 가치 평가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투자기업의 평가비용 부담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공정 가치 평가손익이 온전히 투자기업 손익에 반영돼 실적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가 변동 원인이 되고 투자 기업은 물론 소액주주까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듯 이론에 기초한 회계 기준이 초기기업 투자에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금융감독원 회계기획감리실은 2019년 재무제표 중점 점검 분야로 △신수익 기준서 적용의 적정성 △신금융상품 기준 공정 가치 측정의 적정성 △비시장성 자산 평가의 적정성 △무형자산 인식 및 평가의 적정성 네 가지 주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비시장성 자산평가의 적정성'에서 금융감독원은 거래 상황에 적합하며, 관측 가능한 투입 변수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 평가 기법 적용을 권고했고, 실제 회계 업계에서는 통상 회계법인의 현금흐름할인(DCF) 평가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를 통한 공정 가치 평가는 건당 500만원 안팎의 평가비용을 부담하지만 회계법인을 통한 DCF 평가는 건당 1000만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소액으로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매년 말 평가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더욱이 투자회사가 비상장 주식을 일정 부분만 보유한 상황에서 공정 가치 평가를 위해 사업계획 등을 매번 입수하는 것도 현실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트업에 투자한 상장 기업을 위한 별도의 공정 가치 평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 22일 금융위원회가 '비상장주식 등 비시장성 자산 평가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겪으며 공정 가치 평가 기준과 관련해 금융 당국, 회계업계, 기업 간 감사 과정에서 K-IFRS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이어져 왔고, K-IFRS 1109호가 전면 시행되면서 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2019년도 1분기 감사 때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이르면 이달 내, 늦어도 연내에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스타트업 등 초기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한 기업을 위한 특례가 반영되면 상장사의 스타트업 투자는 활성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업력 3년, 투자금액 1억원 이내 스타트업 투자 주식의 자산평가에 대해 '원가법을 적용한다' 등의 기준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된다면 상장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관심도는 매우 높아질 수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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