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을 보면 뒷면 색깔이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많습니다. 상당수가 바로 여기서 만들어진 글라스데코필름(GDF)을 사용해서 만든 것입니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SKC하이테크앤마케팅 공장. 생산라인을 설명하던 서명덕 팀장이 GDF에 대해 힘줘 말했다. 그는 “얇고 균일하게 코팅하면서 결점을 없애는 기술이 GDF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다”며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40년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SKC하이테크앤마케팅 천안공장을 찾아 경쟁력 원천을 직접 살펴봤다.
◇'테이프부터 이어진 40년 코팅 기술력'
GDF는 유리가 깨졌을 때 조각이 날리지 않게 하는 비산방지필름이다. 부상을 방지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필수로 적용된다.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은 이 분야 세계 1위다. 0.05㎜ 얇은 폴리에스터(PET) 필름에 하드코팅, 금속막 증착, 점착제 코팅을 거쳐 최종 제품을 생산한다.
회사 경쟁력 원천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안공장은 1979년 문 열었다. 처음 이곳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었다. PET필름에 자성소재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세계 네 번째 개발에 성공했다. 그간 출하한 비디오테이프가 1억개를 넘는다. 테이프를 쭉 늘여 놓았을 때 길이가 지구를 3000번 돈 것과 같다.
코팅 기술은 이후 디스플레이 필름 쪽으로 확대·발전했다. 확산판, 프리즘 등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광학 부품을 만들었다. 디스플레이 필름 가공 기술은 2007년 글로벌 화학 기업과 합작하는 배경이 됐고 글로벌 시장 진출 발판이 됐다.
합작 형태였던 회사는 2017년 7월, SKC의 100% 자회사가 됐다. 고부가가치 필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SKC가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이 때 사명도 SKC하이테크앤마케팅으로 바꿨다. 현재 회사가 1위를 하는 품목은 GDF 외에도 확산필름, 밀베이스가 있다.
오재혁 SKC하이테크앤마케팅 전략기획팀장은 “GDF 사업은 지난해 고객다변화 영향으로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면서 “GDF 성장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용 필름 사업도 현재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달라졌다. 확산판, 프리즘 등을 하나로 합친 복합필름 개발로 차별화한 결과다. 복합필름을 사용하면 고객사 입장에선 공정이 줄고 수율이 오른다. 그래서 복합필름에 대한 인기가 높다.
오 팀장은 “제조 과정도 단순화해 품질과 함께 불량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며 “이런 공정을 갖춘 곳은 중국에는 없고 경쟁사 가운데에서도 몇 곳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런 노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SKC하이테크앤마케팅 실적은 크게 성장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693억원이 늘어난 3472억원, 영업이익은 270억원이 증가한 191억원을 달성했다.
◇미래 먹거리 준비…투명 PI 연내 상업화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모회사인 SKC와 시너지를 추진, 신성장동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중국 쑤저우 공장에 대면적 LCD용 고부가 복합필름 생산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직 중국에는 고부가 복합필름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쑤저우 공장 근처에 있는 SKC 난퉁 공장에서 PET필름을 공급받아 완제품을 생산한다.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도 육성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투명 PI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이 예상되는 소재다.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은 현재 SKC와 함께 진천에 투명 PI 필름 양산 및 가공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SKC가 투명 PI 베이스필름을 만들면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이 하드코팅을 담당하는 것으로, 일관생산체제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공장 건설과 동시에 투명PI필름 샘플을 국내외 주요 고객사에 제공하는 등 협력 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전영제 SKC하이테크앤마케팅 경영본부장은 “최근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폴더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커지면 투명 PI필름 하드코팅 경쟁력을 갖춘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실적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