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XYZ코칭]<5> 부하의 하극상

[지윤정의 XYZ코칭]<5> 부하의 하극상

'소피커'는 '소신'과 '스피커'를 합친 신조어로, 자신의 소신을 거리낌 없이 말한다는 2019년 트렌드 키워드의 하나다. 청와대 국민 청원부터 네티즌 수사대까지 다양하게 자신의 소신을 위해 행동하는 밀레니엄 세대 특성을 이른다. 사회 문제에 정의감으로 목소리를 적극 내는 '화이트 불편러'가 있는가 하면 기존의 관습과 전통 하나하나에 이의를 제기하는 '레인보 불편러'까지 생겼다. 자기주장이 확실해졌고, 각자의 관점을 존중하는 세상이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는 이 변화에 주축이기도 하고, 변화에 발맞추기도 한다. 회사에서 회식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고객사 접대 방법까지 소신 있게 태클을 건다. 스스럼이 없고 거침이 없다. 하라고 하면 그냥 해야 되나 보다 하고 하던 예전과 달리 하라고 하면 왜 해야 하는지 질문부터 한다. 후배의 의식 속도와 선배의 적응 속도 간극이 크다. 이것은 둘 다에게 괴롭다. 둘 다를 위해서 모두 노력해야 한다.

[지윤정의 XYZ코칭]<5> 부하의 하극상

선배 입장에서는 낯설다 못해 신기하다. 스마트폰만 보면서 고개 숙이고 앉아있던 후배가 사안이 생기면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논쟁하는 모습이 영 다른 사람 같다. 매사가 당연하지 않고 사사건건 다른 관점을 제기하는 후배의 시각도 이해하기 어렵다. 조직에선 있는 듯 없는 듯 조화롭게 지내는 것이 미덕이고 선배의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하는 것이 생존 방식이던 선배 입장에선 다른 나라 말을 하는 것만큼 낯설다. 때로는 세상 물정 모르며 나대는 후배가 한심하기도 하고 내가 얼마나 만만하면 저럴까 서글프기도 하다. 윽박지르고 밀어붙이기에도 지쳤고 일일이 설명하기에도 질린다.

후배 입장에서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리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선배가 하극상 운운할 때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소셜 네트워크와 회사 게시판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고 있는 곳인데 이것저것 다 가리는 선배를 보면 솔직하지 않아 보인다. 용기가 없어 보이고, 기회주의자 같기도 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고, 무엇을 말하고 말하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결국은 영혼 없이 따르는 척 하며 버티다가 떠나거나 그냥 아니다 싶어 바로 떠나거나 둘 가운데 하나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그냥 하라면 해,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외워. 토 달지 말고 딴죽 걸지 마. 왜가 어디 있어? 그냥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너 포대기에 안겨 있을 때부터 쭉 그래 왔어. 왜 해야 하냐면 내가 그렇게 하라고 말했으니까 하는 거야. 내 말이 곧 진리고 법이야”라고 말하는 선배와 함께 일하는 것은 선후배 서로에게 재앙이다. 선배보다 나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어서 선배에게도 재앙이고, 후배의 잠재력을 끌어낼 기회를 잃어서 후배에게도 재앙이다.

[지윤정의 XYZ코칭]<5> 부하의 하극상

“이건 아니죠, 그게 말이 돼요?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 전 아니라고 봅니다. 전 그렇게는 안할 겁니다. 정 급하시면 선배가 하면 되겠네요. 검색해 보니까 기준상 그렇게 하면 법적으로 걸려요, 알고나 그러시는 거예요? 우리 회사는 다 꼰대들만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후배와 함께 일하는 것도 서로에게 불행이다. 대안을 피력하기보다 문제만 비난하는 섣부름이 서로의 에너지만 갉아먹는다.

세대 간 간극이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되려면 서로 사용하는 말이 달라져야 한다. 선배는 새로운 관점으로 보기보다 하던 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경험이 족쇄가 되고 과거 실패가 체념으로 얼룩져 있다. 그래서 실험하는 마음으로 탐험하듯 질문해야 한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다만 시간이 많지 않으니 시간을 정하고 토론해 보자. 우리에겐 30분이라는 자원이 있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목적에 집중해서 생각하자. 회사 차원에서 이 일의 목적은 이건데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어떤 방법이 있을까?”라고 말이다.

[지윤정의 XYZ코칭]<5> 부하의 하극상

후배는 회사 전체 관점에서 목적과 방향을 모른 채 자기 시각에서만 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회사 역사를 모르고, 조직 전체를 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마음으로 선배에게 부탁해야 한다. “이 일을 하는 목적을 알 수 있을까요? 다른 방법도 있을지 찾아보고 싶어서요, 그 일을 맨 처음 추진하게 된 배경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이 일을 하고 나서 이뤄졌으면 하는 결과가 어떤 걸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해야 한다.

간극을 좁히려면 선후배가 서로 상대방의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 박수도 서로 맞부딪쳐야 소리가 나고, 악수도 서로 손을 펼쳐야 할 수 있다. 상대에게 내 곁에 와 달라고 소리를 지르기보다 내가 상대 곁에 한 발짝 다가가 보자.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이사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