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미세먼지 때문에 서울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삼한사미(三寒四微). '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지난 겨울을 표현한 말이다. 미세먼지는 관측 이래 최장기간 하늘을 뒤덮고 있다. 사람들 얼굴마다 마스크가 착용한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정부에서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PG) 차량 구매 전면 허용 등 정책을 여럿 만들어 내고 있지만 단기간에 국민의 건강을 지켜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시장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올라온 미세먼지 관련 제품만 130여개에 이른다. 뿌리는 산소통부터 산소 발생 기계, 입에 물고 다니는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차단 커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사서 마시는 물은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지만 공기도 사서 마시게 됐다. 공기를 입과 코에 불어넣어 주는 스프레이 '지리에어'는 와디즈를 통한 모금에 성공, 제품을 내놨다. 지리산의 청정공기를 모은 뒤 압축 공정을 거쳐 6리터 스프레이 공병에 담은 제품이다. 120번 사용할 수 있다. 가정용 산소발생기 '하루산소'도 와디즈를 통해 펀딩에 성공한 제품이다. 하루산소 측은 “과산화칼륨이 주성분인 가루 형태의 고체 산소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수분을 흡수해서 산소를 발생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제습제만한 크기인 이 제품은 지난해 6월 펀딩을 시작해 목표 금액의 2232%인 2232만7000원 모금을 달성했다. 이와 관련해 휴대형 미세먼지 측정기 시장도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먼지몬지는 스마트폰에 꽂으면 즉시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몬에어'를 출시했다. 환경부가 제공하는 정보는 실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 활동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
공기청정기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공기청정기는 그동안 대기업 시장으로 알려져 왔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 블루필은 올해 열린 'CES'에 참가해 휴대형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입을 막지 않고 편안하게 숨을 쉬면서도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기능이 호평을 받았다. 깨끗한 공기를 보내 주는 일인용 공기청정기다. 자동차, 유모차, 사무실, 카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장소에 따라 사용이 가능한 다양한 거치대를 지원하며,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의 연동으로 종합 공기 솔루션이 가능하다.
또 다른 공기청정기 시장은 공기청정기 DIY, 즉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시장이다. 공기청정기 구조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공기청정기는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세균, 바이러스, 악취 등 오염 물질을 흡입구를 통해 빨아들인 후 필터로 먼지를 걸러서 배출구로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는 구조로 운영된다. 바람을 내보낼 수 있는 선풍기나 환풍기, 에어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 같은 제품에 필터만 결합하면 공기청정기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있는 기기에 필터만 붙이거나 환풍기를 추가로 2만~3만원에 구매해 전체 4만~5만원 예산 안에서 공기청정기를 만들 수 있다. 공기청정기를 만들 수 있는 각종 재료를 키트로 파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의 제품은 에어서큘레이터·필터·전원케이블·스위치·나사 등으로 구성되며, 5만~6만원을 주고 주문해서 조립만 하면 된다.
이 시장에서 최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 '다르텍'이 개발한 '헤파팬'은 공기를 여과시키는 팬으로, 선풍기 팬과 교체하면 선풍기를 공기청정기로 사용할 수 있다. 대체로 공기청정기는 팬으로 일으킨 바람을 여과 장치인 헤파 필터로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헤파팬은 헤파 필터로 만들어진 팬을 회전시켜서 DIY 공기청정기의 소음 발생 문제를 극복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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