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 확산을 위해 사업자당 1만개 가맹점 의무 할당제를 도입했다. 할당 목표를 채우지 못한 사업자에는 보조금을 정산해 주지 않겠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법으로 금지한 가맹점 대상 리베이트도 지원비(보조금) 명목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확정, 법 위반 소지까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중기부는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 활성화를 위해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 위탁 사업 의견 조회서'를 전자금융사업자에 발송했다. 상반기까지 위탁사업자를 통해 제로페이 가맹점 18만개 모집을 목표로 수립했으며, 가맹점 확보 대행을 맡을 전자금융사업자 모집에 착수했다.
본지가 입수한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 위탁 사업' 공문에는 제로페이 할당 목표와 조건이 상세하게 기재됐다. 중기부는 올 상반기까지 제로페이 가맹점 18만개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18일까지 위탁사업자 신청을 받았다. 위탁사업 신청은 제로페이 참여 전자금융보조사업자로 승인된 법인이다. 사실상 밴 대리점 조직을 운영하는 밴사에 위탁 사업권을 주겠다는 의미다. 사업자는 10개 안팎으로 조만간 선정한다.
여기에 사업자 선정 조건으로 위탁사업자 회사당 '가맹점 1만개' 의무 모집 단서를 붙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보조금을 아예 정산해 주지 않겠다고 명시한 것이다.
중기부는 제로페이에 가입하는 가맹점당 보조금 2만5000원을 지급한다. QR결제 단말기와 판매시점관리(POS) 업데이트, 가맹점 신청 접수 등 소비자 QR결제(CPM)에 소요되는 비용을 가맹점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결국 제로페이 위탁사업자가 가맹점에 QR결제 단말기 업데이트와 신규 설치, 관리를 대행해 주고 상반기까지 1만개 가맹점을 확보해야만 가맹점당 책정된 2만5000원의 보조금을 사후 정산을 할 수 있다. 만약 가맹점을 9999개 확보하면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현실적이지 않은 보조금도 문제다. QR코드 결제를 지원하는 신규 단말기 가운데 가장 저렴한 기기가 약 2만3000원 선이다. 기기에서만 차익이 2000원 발생한다. 설치와 유지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자다. 게다가 인건비 등까지 감안하면 모집할수록 적자다. 한 전자금융사업자는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했지만 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가맹점 확보 대책”이라면서 “참여 기업에 차라리 자원봉사를 하라고 하는 게 더 낫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가맹점 모집 보조금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과거 금융위원회가 내린 유권 해석에도 명확히 나와 있다. 카드사나 밴사 등이 가맹점에 결제 단말기 등을 무상 지원하면 우회 리베이트로 간주, 상당한 과태료 처분 등을 받게 된다.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무상 단말기 지급이라는 우회 리베이트를 스스로 앞장서서 지급하는 셈이다. 일부 사업 참여사와 금융사는 “중기부가 제로페이 실적 채우기에만 급급해 법 위반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중기부가 제로페이 현황과 추진 계획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 위탁 사업 의견 조회 공문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