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처음으로 러시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손잡고 신형 쏘나타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음성, 영상 부문 인공지능(AI) 기술과 인포테인먼트 기술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대표 박정국)는 경기도 용인 소재 현대모비스 ICT연구소에서 러시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사업자인 얀덱스(Yandex)와 '딥러닝 기반의 자율주행 플랫폼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20일 밝혔다.
양사는 인공지능 기술 기반 완전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로보택시와 같은 무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히 플랫폼 공동 개발을 넘어 실제 모빌리티 서비스 적용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검증하는 과정까지 협업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우선 올해 말까지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동으로 제작하고 이에 대한 성능 검증을 마치기로 했다. 무인차 플랫폼은 이 달 출시를 앞둔 '신형 쏘나타(DN8)'를 기반으로 제작한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2020년부터는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전개할 예정이다. 러시아 전역에 걸쳐 최다 100대까지 로보택시를 운행하면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점차 글로벌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센서, 제어기를 장착하고 차량제어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당 플랫폼 차량에 대한 소음과 진동평가, 전파인증 등으로 양산 수준의 시장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역할이다. 얀덱스는 AI 기반 자율주행 SW를 적용하고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로보택시를 대체해 실차 검증을 진행한다.
현대모비스가 얀덱스를 선택한 것은 자동차 관련 SW 개발과 서비스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 때문이다. 러시아 인터넷 검색시장 60% 이상을 점유 중인 얀덱스는 자국 내 카헤일링(차량호출) 업계 1위, 카쉐어링 3위 등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나다. 특히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별도 부서를 운영하고 이노폴리스, 스콜코보 등 러시아 2개 도시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영한다.
얀덱스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2019 CES'에서 무인 자율주행차를 운행해 주목받는 등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알고리즘 기술을 확보했다. 러시아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얀덱스도 글로벌 전역에서 통용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자동차 핵심기술과 자율주행 요소기술을 모두 갖춘 업체를 물색하다 최적의 파트너로 현대모비스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모비스와 얀덱스가 완전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위한 협력에 속도를 내는 것은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와 무인 차량공유 시장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번은 레벨4 자율주행차 시장이 2019년 2조원 수준에서, 연평균 45%씩 급성장해 2030년에는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차 공유시장도 2023년 1조원에서 2030년에는 75조원까지 성장해 전체 차량 공유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은 “자율주행차 알고리즘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얀덱스와 손잡고 자율주행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