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500조원 시대' 열린다…경제활력·저소득층지원에 초점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홍 부총리(왼쪽)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홍 부총리(왼쪽)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이 내년도에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한다.

500조원 예산은 부진한 경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소득 기반 확충에 집중 투입한다. 수소경제 및 5세대(5G) 이동통신 등 혁신 산업 지원, 미세먼지 저감에도 재정을 대거 푼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세수 호황은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 2년 만에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 지출을 10% 줄여서 남긴 재원을 핵심 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예산안 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예산안 지침에 따라 각 부처는 5월까지 예산요구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부처 협의와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2020년도 예산안을 편성,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는 혁신경제 도약, 사람 중심 포용국가 기반 강화를 위해 내년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469조6000억원 규모 예산은 내년도에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0년도 예산이 504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예산은 2011년도에 300조원대를 기록한 후 6년 만인 2017년도 400조원 시대를 열었다. 400조원대에서 500조원대로 넘어가는데 3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그만큼 국가경제에서 정부 재정 역할이 빠르게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기재부는 예산안 편성 시작 단계인 만큼 규모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정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세입 여건, 각 부처 요구를 고려해 지출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실장은 “다만 경제 어려움이 있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재정 운영을 적극 권고한 점을 고려, 재정 역할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고민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점 재원 배분 분야로 △활력이 꿈틀대는 경제 △내 삶이 따뜻한 사회 △혁신으로 도약하는 미래 △안전하고 평화로운 국민생활을 제시했다.

상생형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해 국민 편의를 높인다. 서비스산업·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수출 지원 강화에 재원 투입을 늘린다. 1분위(소득 하위 20%)를 중심으로 소득 기반 확충을 지원하고, 한국형 실업 부조를 처음 도입해 고용안전망을 강화한다.

혁신 성장을 위해 4대 플랫폼(수소경제, 데이터, AI, 5G), 바이오헬스 등 8대 선도 사업, 제2벤처붐 확산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신혼·출산가구 주거 지원 등 저출산 대응 투자를 늘리고,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선제 대응한다. 올해 1조7000억원 규모의 미세먼지 저감 예산도 대폭 확대한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부턴 세수 여건이 지난해만큼이나 좋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반영, 2년 만에 지출 구조조정을 다시 추진한다. 각 부처가 재정 지출을 10% 이상 구조조정해 재원을 마련, 핵심·신규 사업에 투입하는 식이다.

홍 부총리는 “예산안 지침은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기조 아래 4대 분야에 중점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면서 “각 부처는 이번 지침 방향에 맞춰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대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예산을 요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