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힐수록 감칠맛 나는 장맛처럼, 숙성시킬수록 그윽해지는 와인처럼 오랜 시간 흐름이 '갬성'을 자극한다. 게임사는 15년 이상 된 고전 작품을 모바일 플랫폼에 맞게 재해석한 게임을 출시한다. 각사를 대표하는 간판 IP가 다수 포함돼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이하 크아M)이 구글플레이 인기1위, 조이시티 사무라이쇼다운M이 구글플레이 인기 8위에 올랐다.
크아M은 넥슨 간판 지식재산권(IP)인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핵심 요소를 이으면서 새로운 게임성을 더한 모바일 액션 아케이드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전예약자는 300만명을 넘었다.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라이브' 이후 재도전이라 더 주목받았다.
크아M은 글로벌 원빌드로 21일 출시되자마자 구글, 애플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서버는 몰려드는 이용자를 버티지 못했다. 24일까지 6번에 걸쳐 20시간 이상을 임시점검에 할애했다. 대만 인기 1위에 오르며 대만 이용자들이 크게 늘자 국내 이용자가 '로스트아크'처럼 중국 접속 차단을 요구하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크아M이 기반을 두고 있는 '크레이지아케이드 BnB'는 2001년 출시된 작품이다. 조이시티가 퍼블리싱하는 사무라이쇼다운M 역시 SNK가 1993년 출시한 '사무라이쇼다운' IP에 기반을 둔다.
크아M을 시작으로 클래식 IP 흥행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넥슨은 간판 IP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긴다. '바람의전설: 연' '마비노기M' '테일즈위버M' '던전앤파이터모바일'이 출시를 기다린다. 이스트소프트는 '카발', 카카오게임즈는 '콘트라:리턴즈' 넷마블은 'A3' '킹오브파이터즈'를 기반으로 신작을 내놓는다. 중국 XD글로벌도 '랑그릿사'로 국내 모바일 시장에 참전한다. 모두 15년 이상된 클래식 IP다.
클래식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일은 꾸준히 있었다. 원작 인지도에 힘입어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술력 부족, 원작 감성 교감실패, 지나친 재해석 등으로 성공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재미 초점이 명확한 초창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정도만이 흥행했다.
장기흥행 중인 엔씨소프트 '리니지M', 넷마블 '리니지2레볼루션', 웹젠 '뮤오리진2'는 각각 1998년, 2003년, 2001년에 나온 원작에 기반한다. 그라비티를 견인하는 '라그나로크M:영원한 사랑' 역시 2002년 출시 원작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잇따른 클래식 IP 게임 출시에는 시장환경과 기술발달이 영향을 미쳤다. 3년 넘게 이어져 온 IP 획득 전쟁으로 유력 IP가 고갈됐다. 아끼고 아껴왔던 간판 IP 카드를 꺼낼 때가 된 것이다. 그동안 네트워크 처리기술, 발열, 메모리 문제를 해결하고 기획기법이 고도화되는 등 기술이 발전해 간판 IP를 최고 품질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도 일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흥행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과거 향수만을 자극한다고 흥행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용자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얼마나 고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