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분산원장(블록체인) 모의 테스트를 증권결제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해외 현황도 계속 모니터링 한다.
다만 'CBDC 발행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은 유지했다. 올 3분기 CBDC를 발행하는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달리 한은은 관련 연구에만 방점을 찍었다.
한국은행은 26일 '2018년도 지급결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지급결제제도 혁신 및 발전 지원 항목에 △암호자산 및 CBDC에 대한 연구 △분산원장 기술 모의테스트 내용을 담았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가상통화 및 CBDC 공동 연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암호자산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암호자산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은 적으나 안정성 및 효율성이 개선될 경우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간 진행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소액결제(개인 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에 대해선 처리 성능, 복원력, 확장성이 양호했으며 소액결제에 필요한 완결성, 익명성 구현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안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제 시스템에 적용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올해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결제 모의테스트를 추진한다. 상반기 블록체인 외부 전문가와 대략적인 계획을 짜고 하반기 개념검증(PoC)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은 전산정보국 자체에서 진행할지 아니면 외부 블록체인 업체와 협업할지 여부는 미정이다.
윤성관 전자금융조사팀장은 “지난해 모의테스트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올해 소액결제보다 좀 더 큰 규모로 증권결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예탁결제원 망을 사용하지는 않으며 자체 테스트 방안 구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BDC 관련 업무도 이어간다. 경제연구원에서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하며 금융결제국 내 '디지털 혁신연구반'에서 CBDC 상황을 모니터링 한다.
그럼에도 한은의 블록체인과 CBDC에 대한 태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은이 그간 발간한 보고서는 '당장 CBDC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는 결론에 그쳤다.
이는 해외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최근 캄보디아 중앙은행(NBC)는 3분기 법정화폐 토큰화 계획을 발표했다. 체아 세레이(Chea Serey) 캄보디아 중앙은행 국장은 머니2020 아시아에서 “은행과 결제 사업자들이 각자 운영하는 시스템이 너무 많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3분기 내 CBDC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CBDC 발행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에 신호순 부총재보는 “블록체인 발전 과정을 지켜보고 CBDC 발행 이후 사회적 수용성 문제, 비용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한다”며 “다양한 점을 종합 고려했을 때 현 시점에서 발행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