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치켜세우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역사적으로 국가 성장동력과 혁신은 기업가 정신을 지닌 벤처기업들이 만들어 왔어요.”
'벤처 1세대' 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은 국내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벤처기업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주성엔지니어링을 1993년 설립,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업체로 키웠다. 사업을 영위하는 26년동안 18개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1999년 말 상장해 2000년 한때 주식 부호 3위까지 오르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벤처기업부터 상장사까지 산전수전을 겪은 그의 '벤처 사랑'은 남다르다. 2010년 황 이사장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2015년까지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지난해 말 이사장 자리로 돌아와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젊은 벤처 사업가들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미래 성장동력 마련은 스타트업이 주도해왔지만, 국내에서는 벤처 사업가들을 지지하는 토대가 빈약한 점을 꼬집었다. 이는 그가 재단을 설립한 배경이기도 하다.
황 이사장은 “선진국 기술을 쫓아가는 데에만 익숙해져 혁신하는 방법에 둔감하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득권의 힘이 벤처기업을 주눅들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일본 '워크맨' 아성에 도전했던 국내 벤처기업 레인콤 사례를 들었다. 황 이사장은 “워크맨 인기를 기반으로 세계 가전 시장을 독식했던 일본 기업 아성을 무너뜨린 곳이 바로 MP3플레이어를 들고 나왔던 레인콤”이라며 “이들이 일본 IT업계에 균열을 가한 이후 국내 대기업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사람들은 벤처기업의 도전보다 대기업을 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국가 성장률이 정체돼 있는 지금, 시장에서 기득권을 쥔 대기업 힘만으로는 성장동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게 황 이사장의 시각이다. 그는 산업계와 정치권은 벤처 사업가들이 혁신할 수 있도록 그들의 도전 정신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이사장은 “IMF 위기 등 어려운 시기에는 위기 요인을 짊어지고도 도전하는 '난세의 영웅'이 났지만, 평안기에 접어든 지금은 빼어난 영웅이 나오기 힘든 분위기”라며 “이런 시기에는 대기업이 확보한 신뢰도와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으로 만들어진 혁신이 융합하고, 인수 합병(M&A)으로 협력하고, 두 집단 간 연결을 끈끈하게 해야 새로운 성장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덧붙였다.
황 이사장은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다. 청년 스타트업 멘토링과 국제 교류 지원은 물론, 육군 60사단을 찾아가 기업가정신 교육 협력 MOU를 맺기도 했다.
그는 “씨앗을 심듯 젊은이들에게 이 정신을 알리면, 벤처기업들이 성공하고, 경제 기득권의 인식도 변화하면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 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