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19에서 4세대(4G) 이동통신을 뛰어넘는 5G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스마트폰 등장, 자율주행차량과 5G의 결합 등 2019년은 5G 상용화 원년이 될 것임을 분명하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5G 장밋빛 전망을 말하고 있다. 특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송출했다고 강조하는 우리나라 아닌가. 이통 분야 최고 전문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만 봐도 정부의 5G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이 우리의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서 앞으로의 전략을 고민할 때다. 앞으로 5G 시대와 5G 이후를 지속해서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미래의 5G와 5G 이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도대체 5G 기술을 선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통 분야 종사자들이 모이면 하는 말이 있다. 이통은 2G, 4G 등 짝수로 시작하는 세대는 대박이 났지만 3G와 같이 홀수로 시작되는 세대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2G 시대 이통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다. 5개의 이통 사업자가 있었고, 수많은 단말기·중계기 제조업체가 출현했으며, 누구나 휴대폰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4G 시대에는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욕망이 있었다. 반면에 3G 시대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소비자 욕망을 자극할 만한 매력 만점 서비스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멀티미디어 메시지로 사랑을 고백하는 광고는 있었지만 주변에서 광고처럼 프러포즈하는 커플은 보지 못했다. 3G와 비슷하게 5G도 4G로 자금이 풍부해진 이통 사업자만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5G 첫 번째 가입자는 로봇, 공장, 트랙터라고 한다. 사업자는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사업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급자 중심 사고일 뿐이다. 로봇에 무슨 욕망이 있어 주변 로봇에 5G를 추천할까?
시선을 학계로 돌려보자. 1990년대 2G 이통 기술이 등장한 이후 통신 분야 인력이 넘쳐났다. 정부에서도 전파공학과를 지원하는 등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해 투자했고, 이 인력이 현재 5G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이 됐다. 그러나 현재는 통신 분야 석·박사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이나 인공지능(AI) 인력 양성 등에 집중되고 있다. 5G가 세상을 바꾼다는 광고도 넘쳐나고 있는 데 반해 실제 대학 현장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통신 연구자가 전공을 AI로 바꾸고 있다. 외국 이통 학술대회에 가 보면 중국에서 발표되는 논문이 양과 질 모두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가 5G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 각종 전시회에 기업을 동원해서 5G 서비스를 보여 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작 필요한 건 정부의 의지나 사업자 욕망이 아니라 일반인 욕망을 살피고,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5G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저렴한 통신료로 5G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 이통 연구자가 안정된 상태에서 자부하며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기업이 자유롭게 5G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통 분야를 선도해 온 우리나라가 외국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세계 1위라는 타이틀만 거머쥐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이기를 바란다.
장병준 국민대 전자정보통신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bjjang@kookmin.ac.kr
-
박진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