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둔화에도 시스템반도체 열풍 여전…韓 기술 넘어섰다"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반도체 시스템 포럼 세미나에서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장이 중국 SoC 시장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반도체 시스템 포럼 세미나에서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장이 중국 SoC 시장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 시스템반도체 지원에 힘입어 중국 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기업 기술이 국내 업체 수준을 넘어선 냉혹한 현실을 인지하고 과감한 정부 지원과 중국 업체들과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장은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중국에서는 연간 6조원가량 매출을 올리는 하이실리콘, 칭화유니그룹 유니에스오씨(UNISOC) 등 규모가 큰 기업뿐만 아니라 퀄퀌과 협력하는 다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드는 올위너, 터치센서를 제작하는 구딕스 등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파악한 중국 내 시스템 반도체 업체는 1800개 이상이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2016년 이후 회사 수가 1000개를 넘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기술을 연마한 고급 설계인력도 자국으로 복귀하는 '리턴'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팹리스 업체 세계 시장점유율은 2010년 5%였지만 지난해 13%로 늘었다.

이 원장은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잘 나가는'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중국 정부 지원과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그것이다.

중국 12개 도시 시스템반도체 지원 정책을 분석한 결과 중국 정부 '큰 우산' 아래 각 지방이 펀드 등 형태로 관련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례로 중국 심천은 매년 850억원에 달하는 시스템반도체 지원 기금을 조성한다. 양산품이 나오기 전까지 설계 툴, 설계 자산(IP) 테스트 장비 투자비 50%를 지원한다. 공단 내 완제품 업체가 팹리스 업체 칩을 최초 구매할 때 비용도 50%를 지원한다.

그는 “중국 정부에서 각 지역으로 돈을 지원하는 흐름은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중앙 정부의 큰 우산이 없으면 불가능한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프로젝트 위주로 시스템반도체 업계 전체에 걸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ICT 제조기업 증가로 칩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한 점도 주목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기업이 2~3개 국내 대기업에 칩을 동시에 납품할 수 없어 수요가 제한된 반면 중국에서는 대기업 판매 후 중소기업에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비배타성'이 선순환 소비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제품을 본뜨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중국만의 문화, 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강한 열망 등이 치열한 경쟁과 인수합병(M&A)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내 경기 둔화가 심화했지만 반도체 육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 시스템반도체 기술이 국내 기술과 비슷하거나 우위에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도 중국의 세분화된 육성 정책과 시장 흐름을 적극 참고해야 하고, 팹리스 기업들도 중국 반도체 생태계를 분석해 마케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