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벨이 전화의 최초 발명자가 아니라 특허를 훔쳐 등록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사기에 가까웠던 벨의 당시 행각은 세스 슐만의 '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이란 책에 설명돼 있다. 어쨌든 벨은 AT&T라는 회사를 만들어 사업에서 크게 성공했고 오랜 기간 전화는 통신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전화 발명 이후 보급이 늘면서 일대일 연결이 아닌 교환의 개념이 필요했다. 교환원이 직접 전화선 코드를 꽂아 연결하던 시기를 거쳐 스위칭을 자동화한 교환 장비가 개발됐다. 그 교환 장비는 사설 교환기로 발전돼 일반 기업에 도입됐다. 이렇게 개발된 사설 교환 장비를 PBX(Private Branch eXchange)라고 한다. 이로써 많은 수의 직원을 구내 전화로 연결하거나 다수의 상담사를 연결하여 콜센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콜센터의 PBX는 상담원 연결 전에 자동 응답을 하는 ARS(Auto Response System) 장비가 결합되었고 IVR(Interactive Voice Response)의 개념으로 진화했다. 단순한 'Automatic'에서 업무처리가 가능한 'Interactive'의 개념으로 진화한 것이다. 'IVR+PBX'라는 기본 구성의 콜센터 시스템은 그 후 수십 년을 지속했다. CTI, IP-PBX, CMS, ACD, Recording 등 복잡하고 낯선 용어들은 기술적 진보일 뿐 개념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콜센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어떤 변화를 통해 효율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디지털 콜센터의 초기 방향은 상담 업무 자체를 챗봇으로 대체하자는 쪽이 주도했으나 현실은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한편에서는 고객과 상담은 그대로 유지하고 상담원의 업무처리 부분을 자동화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통한 디지털화를 시도했으나 아직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머물러 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방향은 전화 중심 콜센터를 디지털 서비스 초입 경로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즉, 콜센터 인입 고객을 디지털 채널의 서비스로 전환시켜 디지털 경험을 유도하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지능형 상담 센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 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화형 챗봇은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구현된다 해도 디지털 화면 중심 처리보다 효과가 떨어질 거라는 이해가 생긴 것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고객은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행동을 지속할 것이다. 그 행동의 변화를 위해서는 콜센터에 전화를 건 고객을 매끄럽게 전환시켜 디지털 경험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때 고객이 접근하는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디지털 서비스 포털(DSP)'로 정의하는데 이는 홈페이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DSP'는 'D-ARS'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 갈 수밖에 없다. D-ARS는 전화 연결된 고객의 스마트폰에 서비스 화면을 자동으로 띄우거나 연결 가능한 화면 링크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D-ARS는 흔히 알고 있는 '보이는 ARS'와 유사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기존 ARS(IVR)를 1세대라 하고 ARS의 메뉴를 스마트폰에 반투명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1.5세대다. 그 후 앱·웹 화면을 띄우고 ARS와 동기화 시키는 2세대를 거쳐 필요한 서비스 화면만 웹으로 띄우고 전화를 끊어도 서비스가 유지되는 3세대의 'D-ARS'로 진화했다. D-ARS는 콜센터를 통해 연결될 뿐 콜 시스템 기술과 무관한 웹 기반의 디지털 기술이다. 핵심은 콜센터가 인증한 고객을 이어 받아 추가 인증없이 서비스 화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콜센터는 서비스 내용에 따라 고객 스마트폰이 음성(Ear) 기반과 디지털(Eye) 기반 모두에서 효율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디지털 콜센터의 'E-to-E' 전략이라 한다.
강태덕 동양네트웍스 대표 ted.kang@tongy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