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혁신특별법 시행에 맞춰 혁신금융서비스 19개를 지정 발표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전심사를 신청한 105건 중 19건을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달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최종 선정된 금융혁신 서비스 결과를 놓고 일각에서 심사 부실과 대형기업 몰아주기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발표한 혁신금융서비스 중 '스마트폰 앱을 단말기로 이용한 NFC 방식의 결제'와 '신용카드 기반 송금 서비스'를 놓고 특허 시비와 대기업 특혜 논란이 등장했다.
이 두 가지 서비스는 페이콕과 신한카드가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선정 결과를 놓고 한국NFC(대표 황승익)가 금융위 선정에 이의를 제기,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단말기로 이용한 NFC결제 사업은 이미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델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2년 전부터 서비스 운영과 함께 비사업자 거래 허용, 단말기 보안인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금융위는 물론 모든 접수창구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혁신 서비스로 지정받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신청을 했는데 엉뚱한 회사를 금융위가 우선 심사 대상자로 선정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황 대표는 “같은 내용을 신청한 두 개 업체에 대해 내용 파악도 안한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서비스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면서 “이는 자사 특허침해 계획을 금융위가 우선 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저히 사업을 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은 페이콕은 한국NFC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맞섰다.
권해원 페이콕 대표는 “NFC기술은 이미 시장에 공개된 기술 표준으로 어떠한 기업도 원천기술 특허 주장을 할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자사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한국NFC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맞대응했다. 권 대표는 “서비스 방향이나 기술 적용 요소가 시작부터 달라 특허 논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페이콕 서비스는 밴(VAN) 기반 판매자용 카드단말기를 스마트폰 앱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전자결제대행(PG) 기반으로 설계된 한국NFC 서비스와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콕은 과거 특허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2017년과 2018년 약 1억6000만원을 투자해 한국지식재산전략원과 함께 결제 관련 특허 2만건을 분석해 특허 공격에 대한 전략을 수립했다”면서 “사전 검증도 없이 추측성 비방과 억지논리를 펴고 있는 한국NFC에 대해 업무방해와 비방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부연했다.
신한카드가 지정 받은 '신용카드 기반 송금 서비스'도 대기업 특혜 시비 논란으로 뜨겁다.
이 사업 모델은 과거 팍스모네(대표 홍성남)가 '신용카드간 P2P 결제 시스템'을 특허 출원했고 올해 초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통해 사업인가를 내준 모델이다. 약 3년간 해당 비즈니스 모델은 '카드깡'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낙인 찍혀 사업인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2월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통해 사업 허가를 내줬다. 이후 해당 기업은 카드사와 함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신한카드가 유사한 모델로 금융혁신 서비스 인가를 받은 것이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는 “팍스모네가 오랫동안 규제 개혁을 요청한 사안인데, 갑자기 카드사를 금융혁신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한 부분에 대해 혼란스럽다”면서 “신한카드 모델을 분석한 결과 송금인이 결제하면 카드사가 대신 수취인에게 '현금'으로 입금해 주는 게 골자인데, 당국이 우려한 카드깡 방지 혁신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쟁에 대해 금융위는 아직까지 혁신심사위원회 심사가 이뤄지지도 않은 단계에서 반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반응이다. 금융위는 혁신위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와 이해관계자, 관련 분야 전문가 등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혁신위 심사 기준에는 경쟁 영역에 있는 사업자가 규제 완화 이전 신규 서비스 도입을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항목은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따른 혜택이 큰 만큼 시장 경쟁구도 역시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 핀테크 업계 주장이다. 또 사업에 대한 분쟁을 방지할 수 있는 혁신금융서비스 이의신청 제도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서비스는 각종 테스트 비용에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테스트 기간 종료 이후에는 최대 2년 이내 배타적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심사가 개시도 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제도 개선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 등이 발견된다면 개선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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