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과 계약 없었어도 '입찰제한제' 대상된다…“사각지대 해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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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갑질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의 '사각지대'가 해소된다.

공공입찰 주요 발주처인 조달청과 계약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하도급법을 위반해 기준 벌점을 초과한 모든 기업은 입찰 참여 제한 대상이 된다. 입찰 참여 제한을 요청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벌점 누락 사례가 없도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공공입찰제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기업이 기준 벌점을 넘으면 조달청 등 관계 행정기관에 해당 기업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요청한다. 이 때 최대 2년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제재 대상 기업을 두고 공정위와 조달청 간 해석이 달라 혼란이 생겼다.

공공입찰 참여 제한 대상 기업은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계약상대자'로 규정됐다. 조달청은 이를 자신과 이미 계약 사실이 있는 기업으로 해석했다. 반면에 공정위는 계약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이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조달청 해석을 따르면 과거 조달청과 계약 사례가 없는 기업은 아무리 하도급법을 많이 위반해도 입찰 참여 제한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달청은 자체 해석에 따라 공정위의 입찰 참여 제한 요청을 일부 거부했고, 이에 따라 위법 기업이 부당하게 제재를 피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국회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런 사실을 지적했다.

조달청은 국가계약법 운용 부처인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후 기재부는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시행령을 고치기로 결정했다. 과거 조달청과 계약 사실이 없더라도 하도급법을 어겨 기준 벌점을 초과한 기업은 모두 입찰 참여 제한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국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시행령 해석과 관련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재부와 협의를 끝냈다”면서 “과거 계약 사실이 있는 업체뿐 아니라 앞으로도 할 업체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시행령을 명확하게 개정하는 것으로 기재부와 협의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재부가 서둘러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이 늦어질수록 사각지대를 이용해 제재를 피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만간 시행령을 개정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정할지는 더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기업의 벌점이 누락되지 않도록 자체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공정위 각 과, 지방사무소에서 하도급법 위반 기업을 제재해 부과한 벌점을 제 때 누적해 기준을 초과하는지 파악하고, 필요시 즉각 입찰 참여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공정위 관계자는 “벌점 누적이 누락되지 않도록 공정위 내에 관리 시스템도 연내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